우울한 봄

기자명 김태형 기자 (xogud246@skkuw.com)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고 만물이 꿈틀대는 봄에 사람들은 설레곤 한다. 공원에는 운동을 하거나 꽃구경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우울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봄 날씨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자살 실태와 대책’에 따르면 1년 중 사람들이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계절은 봄(29.6%)이었고 △여름(26.3%) △가을(23.7%) △겨울(20.4%) 순이었다. 이처럼 봄에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계절성 우울증과 관련이 깊다.
계절성 우울증은 계절성정동장애(SAD)라고도 불리며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의 일종이다. 계절성 우울증의 가장 큰 요인은 일조량의 감소다. 우리 몸에는 신체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이란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으로부터 합성된다. 문제는 일조량이 급격히 변할 경우 세로토닌 분비에 이상이 생겨 신경전달체계에 교란이 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이 가장 적은 겨울에 많이 걸린다. 그렇다면 왜 겨울이 아닌 봄에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날까? 자살은 우울증이 절정일 때가 아닌 회복기에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연세단비정신건강의 학과 박진균 의원은 “우울증이 심할 때는 자살할 기운조차 없다”며 “봄이 돼서 기운을 차리면 오히려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자살이 많이 일어난다.
한편 봄철 우울증의 원인이 일조량의 감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우내 집에 있다가 봄에 활동을 할 경우 급격히 활동이 많아지면서 호르몬 분비량도 변한다. 이런 호르몬 분비의 변화가 몸에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성의 경우 갱년기나 생리 기간에 여성호르몬이 줄어들어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박 의원은 “우울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원인이 겹칠수록 우울증이 심해진다”고 밝혔다.
우울증을 예방·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활 △식습관 △인식 등의 측면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일조량의 부족이 우울증을 불러오는 만큼 하루 30분씩 규칙적으로 햇볕을 쫴는 것이 좋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적당한 운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울증에 좋은 음식도 존재한다. 포도, 견과류, 해조류 등은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도 우울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박 의원은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만드는 요인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벚꽃이 만개한 봄날에 과제와 시험의 부담을 내려놓고 집 앞 공원으로 잠시 산책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