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봄

기자명 유수빈 기자 (newbien@skkuw.com)

매년 봄의 가운데서 시작해 끝자락에 막을 내리는 대학로 축제가 있다. 바로 올해 34회를 맞는 <서울연극제>다. 이 연극제는 1979년에 시작해 한국의 공연예술계를 대표적으로 활성화한 축제로 자리 잡아왔다. 이번에는 15일부터 5월 12일까지 28일 동안 △아르코 예술극장 대·소극장 △대학로 예술극장 대·소극장 △예술공간 서울 △설치극장 정美소에서 다양한 연극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히 연극 관람만으로 이번 연극제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돼있다. 5월 5일에는 한일 양국의 연극인들 간 교류의 일환으로 ‘한일 예술인 평화 바자회’가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배우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과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는 ‘배우 100인의 독백’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5월 1일부터 5일간 대학로를 찾는다. 이 밖에도 ‘대학로 소나무길 다문화 축제’나 ‘서울연극제 커뮤니티 아트’ 등의 행사가 발길을 붙잡는다. 이번 <2013 서울연극제>에서도 봄날 아지랑이처럼 낭만적이고 몽롱한 몽상을 깰 창작극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공식참가작 8작품 △미래야 솟아라 7작품 △기획초청작 3작품 이외에도 프린지, 자유참가작 등 다수 연극이 참여한다.

치유라는 춘곤증에서 깨어나라

ⓒ바나나문프로젝트 제공

그 많은 작품 중 본지에서 특별히 소개하려는 극이 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트라우마 수리공>은 공식 참가작으로 이번 연극제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극 제목이 암시하듯 주인공 ‘우제’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각자의 트라우마를 수리하는 능력이 있다. 친구와 자본가는 우제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의 치유의 꿈을 대량 생산한다. 이후 더욱 많은 사람이 우제의 꿈을 거쳐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게 됐다.
<트라우마 수리공>이 비꼬는 치유, 소위 말하는 힐링은 이제 낡은 표현이다. 그런데 이 사회는 아직 내면적 치유를 대체할 다른 뭔가를 내놓지 않는다. <트라우마 수리공>은 그에 대한 문제의식 중에서도 치유의 상품화에 주목한다. 자본가가 우제의 꿈을 찍어내듯 현실에서는 널 치유해줄 것이라 말하는 책과 강연이 쏟아진다. 이에 대해 극에 참여한 최원종 연출가는 “구매자들에게 치유가 아니라 치유 받고 있다는 환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 사회가 네게 잘못했다는 데서 머물지 말고, 그런 사회를 뚫고 나가려고 투쟁하라.” 그것이 <트라우마 수리공>이 내놓는 대안이다. 그래서 주인공 우제는 세상을 향해 침을 뱉는다. 사회가 더럽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투쟁의 첫 시작이기에.
얼핏 보기엔 우울한 이야기지만 <트라우마 수리공>은 이를 따스하게 말한다. 최 연출가는 “단순히 관객들에게 정보를 주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감동을 전해주고 싶다”며, 이를 위해 감성의 흐름을 풀어가는 식으로 극연출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이 표방하는 장르‘공상과학’이 최근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트라우마 수리공>은 전반적으로 연출이 밝다. 게다가 공상과학 장르와 연극의 만남은 상상을 무대에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다. 그러한 요소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도 <트라우마 수리공>의 큰 고민 중 하나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 무대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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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봄을 즐겨라
학우들에게 봄은 힘겨운 1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벌써 사회는 취업과 성공을 요구하고 있다. 빡빡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기에 봄은 나른한 계절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개인적 일탈로 단조로움을 깰 수는 없다. 대신 교정 코앞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조지 오웰의 말처럼, ‘숨 쉬러 나가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