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니?”
자취생활을 하는 기자가 부모님께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비단 자취생만이 아니라 요즘 현대인들이 대부분 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다. 먹어도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에겐 영양소가 필요하다. 라면과 삼각김밥이 아닌 ‘채소와 과일’이 필요한 때다.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와 과일에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올바른 식습관을 전파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이자 사단법인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 협회장인 김은경 채소 소믈리에를 만나 ‘신선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은정 기자 ejjang1001@
 

조수민 기자(이하 조)채소 소믈리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김은경 협회장(이하 김)채소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고 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식재료에요. 하지만 그런 채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죠.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올바른 식습관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채소에 대해 알아야 해요. 채소와 과일들이 어떻게 나고 자라는지, 또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학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바로 채소 소믈리에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채소별로, 계절별로 올바른 요리법과 식단을 만듭니다. 자신의 몸과 다른 이들의 몸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도록 채소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거죠. 한 마디로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와 과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 협회장님이 채소 소믈리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 저는 원래 요리연구가에요. 요리는 그냥 단순히 맛있게 만드는 것보다 건강하게, 먹는 사람을 생각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요리가 될 수 있을지 재료에 대해서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008년도에 채소 소믈리에 본 협회가 있는 일본으로 가서 채소 소믈리에 수업을 듣고 왔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처음으로 일본에 가서 이 과정을 이수하고 온,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가 된거죠.


조: 우리나라 채소 소믈리에의 시작부터 협회 설립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김: 일본에 다녀와 방송 출연도 하고 잡지나 책등을 통해 채소 소믈리에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업 자체를 보다는 채소의 좋은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본까지 가서 배우기는 어려움이 있잖아요. 그래서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첫 수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시작할 당시엔 일본채소소믈리에협회의 한국지부였어요. 하지만 점차 인원이 증가해 2011년 11월 11일에 농림수산부 산하기관 사단법인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를 설립하게 됐어요. 지금은 이 과정을 이수하면 일본에서도 똑같이 인증해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조: 채소 소믈리에 과정은 어떤 분들이 배우시고,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되나요?
김: 요리 연구가부터 식품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 건강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까지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배우시는 분들은 매우 다양해요. 본인들의 전문성에 채소 과일에 대한 전문성을 가미해 일을 하시는 거죠. 예를 들면 의사도 환자가 아프면 치료 및 처방을 해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식생활을 하면 좋을지를 조언해 주실 수 있는 거죠. 식습관에 따라 병의 경과도, 생활 습관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을 체크하는데 있어서 채소 소믈리에 학습이 필요한 겁니다. 또한 유통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유통과정은 채소 본연의 맛과 영양을 지키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쳐요. 그래서 적절하게 공급과 수요가 잘 맞아 떨어지도록, 올바른 방법을 통해 유통돼야 하거든요. 또 일반 주부님들도 많이 오십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음식을 해주느냐가 그 아이의 식습관, 나아가 생활 습관까지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조: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은 어떤 자격증인가요?
김: 일본의 경우에는 △주니어 채소 소믈리에 △채소 소믈리에 △시니어 채소 소믈리에 이렇게 3단계가 있어요. ‘주니어 채소 소믈리에’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요. 채소와 관련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적용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주니어 단계를 이수한 후 좀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채소 소믈리에’ 단계로 넘어갑니다. ‘채소 소믈리에’ 단계는 전문성을 더한 심화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일단 이 단계까지 준비가 돼 있어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현재 인원이 많아져 농업과 관계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 협회에서 인증을 해주는데 그 단계가 시니어 채소 소믈리에입니다. 우리나라 채소 소믈리에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의 기본적인 틀은 일본협회 과정과 동일하게 진행하고, 내용적인 부분에서 약간 달라요. 예를 들면 일본에서 선호하는 채소와 과일과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기후 조건에 따라 잘 자라는 채소와 과일도 다르죠. 그래서 이 부분이 조금 다릅니다.

▲ 사단법인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 산지교류 프로그램. ⓒ사단법인 한국채소소믈리에 협회 제공

조: 일반 영양사와 채소 소믈리에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김: 영양사는 식품을 영양적 측면에서 공부하고 분석하시는 분들이구요. 이와 다르게 채소 소믈리에는 영양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좀 더 폭넓게 봐요. 채소가 텃밭에서 나고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데까지 모든 과정을 학습하고 연구합니다. 채소가 어떤 환경에서 잘 나는지,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으로 오게 되는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배웁니다. 또 채소 소믈리에 수업 과정에는 △레시피 연구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요리법 등 다양한 과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법을 습득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 식품 영양사와는 다르게 다루는 폭이 넓다고 할 수 있죠. 그게 식품 영양사분들도 이 수업을 받으러 오시는 이유에요.


조: 일반인들은 모르는 채소 상식. 이것만은 꼭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으시다면요?
김: 제철을 알아야 합니다. 오이를 사고 싶은데 없어서 못 사는 계절이 있나요? 없죠. 마트에 가면 사계절 내내 오이가 있으니까요. 그럼 오이의 제철은 언제일까요? 대부분 모르시죠. 채소와 과일은 제철에 챙겨 먹는 게 훨씬 맛이 좋습니다. 그래서 계절마다 제철인 채소가 무엇인지를 기억하고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철이 아닌 채소와 과일을 먹지 말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에요. 다만 제철이 아닐 때는 채소와 과일의 맛이 조금 달라요. 그러면 거기에 따라서 요리 방법 또한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철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 이번 시험 기간에는 카페인이 가득한 음료 말고 이거다! 협회장님만의 에너지드링크 제안을 해주신다면요?
김: 피로를 풀어주는 채소와 과일을 조합해봤습니다. 시금치와 키위, 바나나를 함께 갈아서 먹으면 든든한 식사도 되고 활력도 줍니다. 시금치를 50g 정도 넣구요, 그다음 키위 1개와 바나나 1개를 같이 넣습니다. 여기에 물이나 얼음 반 컵을 갈아서 넣으면 쥬스 완성입니다. 시금치는 피로회복에 좋아요. 키위 같은 경우는 비타민C가 많고, 바나나는 과일 중에서 다양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기로 유명하죠. 바나나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해도 버틸 수 있는 이유가 그거죠. 그래서 이렇게 넣고 드셔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 채소 소믈리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 채소는 항상 우리 주위에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우린 채소의 중요성을 잘 몰라요. 쵸콜렛은 3월에 사 먹어도, 8월에 사 먹어도 언제나 같은 맛입니다. 하지만 채소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샀느냐에 따라 맛이 모두 제각각이에요. 이런 점들을 학습하고, 익히고, 다른 이들에게 전파하고 하는 게 바로 채소 소믈리에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 건강한 몸을 지키기 위한 분들, 또 식품과 관련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앞으로 종사할 예정인 학생들도 채소 소믈리에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