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중간시험기간 동안 제50회 법의 날이 지나갔다. 법의 날은 196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의 결과 세계 각국에 '법의 날' 제정을 권고하기로 한 데 기원한다. 세계에서 최초로 법의 날을 제정한 미국이 1958년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절'과 대항하는 의미로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정한 것에 따라 우리나라는 1964년부터 매년 5월 1일을 법의 날로 지켜왔다. 하지만 2003년부터는 근대적 사법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된 재판소구성법이 시행된 날인 4월 25일을 법의 날로 변경했고, 그때부터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로 됐음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는 1964년 제1회 법의 날 대회에서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소위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기 위해 법의 날을 제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기까지 법의 날의 제정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 우리사회에서 목도하고 있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3 언론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31점으로 197개국 가운데 64위로서 ‘부분적 언론 자유국’으로 분류돼 2011년 상실했던 ‘언론자유국’의 지위를 되찾는 데 2년 연속 실패했음은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라는 기본권의 향유가 아직도 불완전하다는 단적인 반증이다. 권력형 비리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검찰개혁을 위시한 사법개혁과 법조인의 직역이기주의의 청산은 요원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의혹이 있는 판결들이 중단없이 계속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거칠 때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권력자들의 법위반실태가 굴비처럼 엮여져 나온다. 법의 지배가 아닌 권력과 폭력의 지배가 현재진행형이고, 기본인권의 옹호와 공공복지의 증진은 아직도 미래형이므로 ‘법의 지배’는 여전히 희망사항에 그치고 있다.
이미 50년간 법의 정신을 기리고 법의 지배를 다짐했지만 그 많은 기림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법의 지배의 도래가 아직도 요원한 데에는 법의 날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은연중에 법의 날을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시키려는 정부차원의 행사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법의 날을 만든 취지가 ‘법의 지배’ 보다는 ‘법에 의한 지배’에 있는 것으로 오도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법의 날에 발표되는 “사회 전반의 법 경시 풍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류의 언론보도에서도 쉽게 간파된다. 한국개발원이 우리나라 '법질서 정비 및 준수'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7위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는 것도 국민들의 법준수 의식이나 질서의식의 수준을 탓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의 준법의식의 고취를 법의 지배를 확립하는 방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오해다. 시민들이 법을 잘 지키는 것과 ‘법의 지배’ 전적으로 무관하다. 시민들이 법을 잘 지키도록 법질서를 강화하고 확립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에 불과하고 치안유지 차원의 법과 질서(law and order)의 강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법의 지배’는 법치주의를 의미하고 법치주의는 일차적으로 ‘시민’에 대한 준법요구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준법요구다. 근대적 의미의 법치주의가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권력행사에 대한 족쇄임을 확인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이해하는 일에 가장 기본지식이다. 국가의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을 중심되는 임무로 삼아야 할 법이 국가와 결속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의 수단으로 도구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50회 법의 날은 지나갔지만, 법에 의한 지배라는 논리가 법의 지배를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법이 그 자체 존엄한 것이 아니라, 법에 대적하는 부당한 국가권력행사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수호해야 하는 법의 과업이 존엄하다. 국가가 법을 안전을 위한 도구로 삼는 정교한 논리를 미리 알아차리고 이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안전도 잃고 자유도 잃어버리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