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명동예술극장 앞. 갑자기 백여 명의 인파가 자리에 드러누웠다.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알바연대’가 기획한 플래시몹 행사였다. 알바연대는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알바 노동자들을 위한 ‘알바데이’를 마련했다. 그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영풍문고 종로점 앞에서 열린 제1회 알바데이 현장을 찾았다. 

▲ 집회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이종윤 기자 burrowkr@
알바연대는 알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올해 1월 출범했다.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점차 ‘생계형 알바’가 늘어나면서 알바도 엄연한 노동자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집회 현장에는 알바연대의 주관으로 실제 알바 노동자를 비롯한 전국의 대학생과 단체가 모여들었다. 알바연대가 지정한 ‘알바5적’에 해당하는 편의점과 카페를 겨냥해 삼각김밥 모양의 탈을 쓰고 오거나 유니폼을 입고 온 참가자들도 있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우리 학교 홍종민(유동11) 학우는 “기존 ‘노동절’ 행사는 정규직 노동자만을 위한 것”이라며 “알바데이를 통해 알바도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날 집회의 가장 큰 이슈는 알바연대가 구호로 내세운 ‘최저임금 1만 원’이었다. 알바연대는 최저임금 인상을 비정규직을 비롯한 현재 우리나라 노동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한다. 지난달 30일 심상정 의원이 발표한 ‘노동인권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알바연대는 낮은 최저임금이 장시간 노동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12시간짜리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는 박건진 군은 자유발언을 통해 “노동 시간을 줄이면 한 달 생활비가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어도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알바연대 측에 따르면 연봉 약 1억 원에 가까운 임금을 받는 현대자동차 생산직도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노동하면 월 소득이 200만 원을 약간 웃도는 정도에 그친다. 이에 특근 수당을 위해 빈번한 야근과 휴일 근무를 감내하는 잘못된 노동문화가 형성됐다. 알바연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이런 잘못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시간을 감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알바연대에서 산정한 1만 원이라는 최저임금은 상징적인 의미도 갖지만,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도출됐다. 현 최저임금인 시급 4860원을 받고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의 노동을 할 때 얻는 1인당 월수입은 약 90만 원이다. 이는 2011년 통계청 도시가계조사 기준 1인 가구 가계비지출액인 월평균 145만 원에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상승하면 월수입이 약 180만 원으로 늘어나 생활이 가능한 임금 수준에 도달한다는 게 알바연대의 주장이다.
알바데이는 집회에 참가한 여러 단체 대표의 발언과 알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증언으로 구성됐다. 발언 시간이 종료된 후 알바 노동자 권리선언문인 ‘알바나카르타’ 제창이 이어졌다. 이 선언문은 △인격체로서의 기본권 보장 △장시간 노동 금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어 알바데이의 가장 큰 이벤트인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행진은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시작해 서울고용노동청을 거쳐 명동 입구까지 이어졌다. △행사 참가자 공개 인터뷰 △서울고용노동청 정문에 알바 노동자들의 메시지 게시 △플래시몹 △박 터뜨리기 등 다양한 순서가 마련됐다. 알바데이에 참가한 한영동 씨는 “오늘 집회를 통해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