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청년학생문화제 스케치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경희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123주년 노동절 맞이 ‘430청년학생문화제’ 행사에서 우리 학교 이과대 몸짓패 아성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신애 기자 zooly24@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를 자꾸만 마주치는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의 삶은 나에게로 끊임없이 밀려 들어온다.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들의 삶을 외면할 것인가 마주할 것인가, 이런 고민의 순간을 다루고자 했다.” - 123주년 노동절맞이 430청년학생문화제 기획팀 

지난달 30일 오후 8시 무렵. 경희대 노천극장에는 세 개의 무대가 마련됐다. △학생의 공간 △노동자의 공간 △그 가운데에 학생과 노동자가 만나는 삶의 공간이 각각 들어섰다. 극 중에서 학생은 굴다리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를 매일 지나쳐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노동자의 외침에도 학생은 “관심이 없다.”, “반대편 의견도 들어봐야겠다”며 지나쳐버린다. 과연 학생과 노동자의 만남은 의미 있는 마주침이 될 수 있을까? ‘123주년 노동절맞이 430청년학생문화제’(이하 430문화제)가 청년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1994년 이전까지 5월 1일에 진행되는 노동절 행사는 불법이었다. 급격한 산업 발전 속에서 한국 사회는 산업역군이자 성실한 국민으로서의 ‘근로자’만을 강조했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주체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노동자의 존재는 철저하게 무시했다. 박정희 정권은 세계 노동자의 날인 ‘메이데이’를 계승한 노동절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으로 규정해 노동자를 탄압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됐다.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와 학생들은 대학에 집결해 밤을 새워 노동절 행사를 준비했다. 이때 학생들과 노동자 간의 연대를 다지는 장으로서 등장한 것이 메이데이 전야제 행사다. 199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430청년학생문화제’로 자리 잡게 됐다.
올해 문화제는 ‘이후를 묻는다’란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대한 대학생들의 고민을 담았다. △‘먹튀 자본’과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하는 정부 △불법 용역 업체와 그에 연루된 기업들에 눈감는 검찰 △대기업 친화 정책을 펴며 ‘창조경제’를 말하는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학교별로는 △대학 내 복지 △학과 통폐합 △등록금 등의 이슈를 끌어냈다.
문예패들의 공연이 밤새 이어지는 구성에서 벗어나 작년부터는 기획단을 꾸려 극 형식으로 짜임새 있는 문화제를 이끌고 있다. 올해는 'NEW WAVE' 라는 이름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홍익대 미술대 학생들이 중심이 돼 극과 영상을 준비했다. △고려대 몸짓패 비상 △서울대 몸짓패 골패 △경희대 몸짓패 미결 △한신대 노래패 소이울림 △성신여대 몸짓패 메이데이 등의 다양한 단위들이 팀을 꾸려 몸짓과 노래 공연을 선보이되, 극의 상황에 맞는 공연들이 흐름에 따라 배치됐다. 이번 문화제에는 우리 학교 몸짓패 아성과 노래패 아우성도 무대에 섰다. 아성의 장하림(물리12)학우는 “전쟁터(전선) 같은 세상에서 소리쳐 일어나라는 뜻”이라고 몸짓의 의미를 밝혔다.  
연극은 여러 죽음과 함께 시작됐다. 알지 못하는 개인들의 사망 소식에 사람들은 동정을 표한다. 하지만 곧 ‘의지가 약해서’라거나, ‘죽을 용기로 살겠다’는 등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돌아선다. 그러나 추상적이던 죽음은 막을 거치면서 점차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해외 ‘먹튀자’본에 의해 정리해고를 당하고, 이에 저항하다 폭력적인 진압으로 후유증을 앓는 노동자의 상황이 우리의 첫 번째 ‘이후’다. 철탑에서 162일째 농성 중인 쌍용차 노동자와의 전화연결, 굴다리에서 151일간 지냈던 유성기업 노동자의 발언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도 담았다. 유성기업 노동자는 발언에서 “자본이 노동자를 기계로 여기는 현실이 퇴근하는 버스에서 잠든 채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기 있는 학생 동지들의 미래를 지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외쳤다. 두 번째 ‘이후’는 학교의 일방적인 학과통폐합으로 교육권을 박탈당하고 학교 밖으로 쫓겨난 학생들의 상황이다. 연극에 참여한 경희대 최휘엽 학생은 “개인화된 시대에 학생들이 우리가 살아갈 사회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극의 마지막은 다시 여러 사람의 사망 소식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들은 더는 남이 아니다. 내 자식이고, 내 부모이며 우리가 앞으로 알아갈 수많은 이웃이다. 주목할 점은 ‘내가 모르지만 이미 알게 돼 버린 사람들’의 죽음, 즉 당장 내 주변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우리가 슬퍼하고, 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네 시간 내내 흥겨운 축제가 계속돼는 와중에도 430문화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은 묵직했다. 노동자의 삶을 껴안을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다시 갈림길에선 학생으로 돌아가 고민할 때, 430문화제가 제시하는 해답은 ‘소외된 이들 간의 연대’였다. 행사에 참여한 인하대 김미량 학생은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로 겪고 있는 불안이 굉장히 닮아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오늘날 대학생들의 스펙 경쟁도 결국 사회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한 만큼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닮은 사람들끼리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430문화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