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유진 기자 (nipit616@skkuw.com)

지난 1일, 온라인 음악 감상 서비스가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일제히 전환됐다. 음악이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음악계 내외부에서 협력한 결과였다. ‘쓰레기도 종량제다.’ 음악가들이 정액 스트리밍 서비스에 반대하며 들고 나온 구호다. 음악가들은 왜 자신의 창작물이 쓰레기보다도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자조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그런 외침은 이번 음원 사용료 징수 개정안에 어떻게 반영됐을까?

 

▲ ⓒStop Dumping Music 홈페이지
개정 전, 열악한 음원 저작권 보장 환경
우리나라의 디지털 음원 사용료는 매우 저렴한 편이다. 다른 나라의 음원 가격과 비교해보면 10분의 1에도 채 못 미친다. 올해 음원 징수안이 개정되기 전, 한 곡만 다운받을 경우에는 개당 6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150곡 묶음 할인 상품을 이용하면 60원까지 가격이 떨어지는 등 한 곡당 다운로드 가격은 평균 63원에 머물렀다. 그에 더해 월 3000원 선에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있기 때문에 ‘이용료’라는 개념이 무의미한 상황이었다. 자연히 음악 생산자들이 받게 되는 저작권료는 음악 생산을 위해 들인 재화와 노력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적은 저작권료에는 곡 이용료가 미미한 탓도 있었지만 분배율 자체도 불리한 면이 있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권리자가 42.5%, 유통사가 57.5%를 가져가고 다운로드를 할 경우 권리자가 53.5%, 유통사가 46.5%를 가져갔다. 여기서 ‘권리자’란 음악 생산에 참여한 △가수 △작사·작곡가 △제작사 △연주자를 모두 포함한다. 각각의 권리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가 매우 낮은 수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음원 가격이 낮은 편인 미국에서도 권리자와 유통사가 가격에서 7:3정도의 비율로 배당받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배분율이 권리자에게 매우 불리한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음악계에서는 ‘Stop Dumping Music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음원가격 인상 △음원수입 분배율 개선 △음원 종량제 채택을 주장해왔다. 헐값에 음원을 팔아 음악의 가치가 평가절하당하고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도 함께 낮아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음원가격 인상과 분배율 개선이 필요했다. 음원 종량제는 기존에 제공되던 정액제와 상반되는 제도다.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음원사이트에서 가입자당 일정액을 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지불하면 협회에서 다시 일정 분배율에 따라 저작권자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구조다. 종량제는 정액제와 달리 음원 ‘이용 횟수 당’사용료를 납부하는 제도다.

우여곡절 끝의 개정, 아직은 시작
지난 여름, 음원시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될 음악 저작권 징수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부분 음원 종량제를 도입해 ‘이용 횟수 당’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종량제 방식과 ‘가입자 당’ 지급하는 기존 정액제 방식을 병행하도록 하고 있었다. 음원 사이트가 권리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음원 저작권료도 올랐다. 스트리밍·다운로드 모두 음원가격의 60%가 권리자의 몫으로 책정됐다. 무제한 스트리밍의 경우 한 달에 평균 1000곡을 듣는다고 가정해 한 곡당 이용 단가를 12원으로 추정하고, 회당 저작권료를 7.2원으로 정했다.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해서는 개별 다운로드 시 600원이었으나 묶음 다운로드 서비스로 인해 떨어진 음원 가격을 정상화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이용료를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00곡 이상의 정액제 상품의 경우 한 곡당 약105원으로 이용료가 올랐으며, 이후 10%씩 2016년까지 150원으로 인상된다. 저작권료는 곡당 360원의 저작권료를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액제와 종량제를 병행하는 조치로 개정안의 의미가 유명무실해졌다. 징수 개정안 결정 후 음원사이트들은 묶음상품(정액제)을 반값에 할인하는 제도를 내놓아 종량제를 무색케 했다.
무의미한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결국 지난 1일 정액제를 폐지하고 전면 종량제가 시행됐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저작권료는 3.6원, 이용에 따라 이용료를 부과하는 다른 상품 저작권료의 절반으로 책정됐다. 당초 음원 종량제가 실시되면 음원사이트들이 음원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소비자는 기존 음악요금제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음악서비스 사업자가 종량제로 인한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라도 고객 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음악서비스 사업자 가운데 전면 종량제 때문에 음악 상품을 변경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아직까지 음악서비스 사업자는 종량제 시행을 사업자와 권리자 간 수익배분 문제로 한정하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의 정액제를 음악가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국내의 무제한 정액 스트리밍과 묶음 다운로드가 폭력적인 덤핑 가격이기 때문이었다. 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의 김민규 대표는 “이번 개정으로 당장 생산자들이 받게 되는 저작권료에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완만한 곡선으로 상승할 거라 예상한다”고 이번 개정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