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요즘 안부를 묻는 게 유행인 것 같다. 나도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시작하고 싶다. 2013년 대한민국, 당신의 노동절은 안녕하시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노동절은 안녕하지 못했다. 노동절 기획이랍시고 일을 잔뜩 벌여 놓은 탓에 수습할 수 없는 취재 일정에 억눌려 수업을 갈 생각은커녕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주일을 보낸 탓도 물론 있는 것 같다. 전공수업에 세 차례 빠지고 나서 네 전공이 사회학이냐 신문사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 분명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430청년학생문화제에서 노동절 집회로 이어지는 사회 기획을 준비할 때만 해도 나는 한껏 들떠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기가 속한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 혹은 그런 척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 눈에는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노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이 사회에서 노동자라는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움직임이 내게는 우리 사회 희망의 증거로 다가왔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만난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삶은 단지 현실이었다. 누군가가 섣불리 시혜적인 시선으로 다가간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2013년 노동절을 시청광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보내면서도, 나는 내가 그들과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다. 단지 한 번쯤 그들을 돕기 위해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고집했다. 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건 그들의 위치에서 서게 되면서다. 그들의 자리에 서자, 사회는 내게 한없이 냉정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는 단지 그들만의 현실일까? 같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이 숨 쉬는 공간과 우리의 그것이 다를 리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회부 취재를 하면서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타깝고 돕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들이 나와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결코 같은 처지에 놓일 수는 없을 거라고 스스로 벽을 세웠다. 하지만 2013년 노동절. 안녕하지 못한 현장의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풀어내면서 나 역시도 안녕할 수 없었다. 뒤늦게 마주한 갈림길에서 초짜 사회부 기자도 타인의 삶을 껴안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 신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