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한 손에는 커피, 다른 한 손에는 전공서적을 들고 캠퍼스를 누비는 대학생들에게 농사는 먼 나라 이야기와 같다. 여름에 잠깐 농활을 다녀오는 것 외에 대학생들이 농사를 경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캠퍼스 안에서 직접 텃밭을 일구는 대학생 농부들이 생겨나고 있다. 2010년 ‘레알텃밭학교’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각 대학의 도시농업동아리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 경희대 ‘새싹’ 회원들이 텃밭을 일구고 있다./ ⓒ경희대 ‘새싹’ 제공
대중적으로 급부상한 도시농업
도시 농업은 도시라는 공간을 활용해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 문화 형성 △생물 다양성 보전 △토양 보전 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도시 농업은 △아파트 텃밭 농장 △옥상정원 △주말농장 등의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운동은 전국귀농운동본부의 도시농업위원회가 도시농부학교와 상자텃밭보급 행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로 많은 지자체에서 도시농업네트워크를 결성하면서 활성화됐고, 작년 5월 ‘도시농업 지원과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도시 농업이 큰 관심 속에 급부상했다.

캠퍼스 내 도시농업 운동
이런 도시 농업 바람은 최근 캠퍼스에도 불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많은 대학에서 도시 농업 동아리가 생겨 캠퍼스 내에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이화여대와 고려대에서는 2010년부터 동아리 ‘레알텃밭학교’ 활동을 지속해오다 이번 학기부터 각각 ‘스푼걸즈’, ‘새싹이랑’으로 이름을 바꾸고 캠퍼스 안에서 작물을 기르고 있다. △경희대 △동국대 △성균관대 △한양대로 구성된 도시농업 연합동아리 ‘새싹’도 올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연합동아리 ‘새싹’이 싹을 틔운 것은 경희대 배움학점제로 ‘도시농부학교’라는 과목이 개설되면서부터다. 배움학점제는 학생들이 직접 교양과목을 기획하고 강사도 직접 섭외하는 제도로 2009년에 도입됐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캠퍼스 내 조성된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사에 대한 지식과 가치를 몸소 경험했다. 학기가 끝난 후에도 도시농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이 모여 도시농업 연합동아리 ‘새싹’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 한양대 ‘새싹’ 김새미(왼쪽), 한인규 회장./ 나영인 기자 nanana26@
나눔과 환경, 생태 가치 느껴
'새싹'은 캠퍼스 내에서 공동체와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희대 '새싹' 장현호 회장은 “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함께 농사를 짓기 때문에 자연스레 공동체 정신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또 농사를 통해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의 환경과 무심코 먹던 먹거리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한양대 '새싹' 한인규 회장은 “식품의 생산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생태환경이나 농업 전반의 정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대학의 ‘새싹’은 주 1회의 정기 세미나를 통해 △농작물 재배법 △식품생산과정 △토종종자의 멸종 위기 등 생태환경과 농업에 관해 폭넓은 공부를 하고 있다. 농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모두 조금씩 자신과 동아리 안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들을 몸소 느끼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작물을 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휴식을 얻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동국대 '새싹' 우동희 회장은 “작물을 키우면 작은 사물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그것이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수확을 넘어선 나눔 활동
대학별로 심은 작물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감자 △깻잎 △상추 등 적게는 6개에서 많게는 15개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1학기에는 주로 잎채소를 수확하고, 2학기부터는 김장 채소를 심어 얻어진 수확물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가을에 배추를 심고, 12월에 수확한 후에는 학내 구성원과 지역사회와 함께 나눌 예정이다. 동국대는 학내 노동자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나누고, 경희대도 수확한 배추로 김장해 양로원이나 회기역 주변 달동네 주민에게 전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이들은 대학 사회에 농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공동체와 나눔을 바탕으로 한 문화를 형성하고자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생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인 캠퍼스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단순히 농작물을 자급자족한다는 의미만을 지니지는 않다는 것이다. 경희대 '새싹' 장현호 회장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농업이 사실 우리에게 무엇보다 가까운 일임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Q. 지금 집 베란다나 마당 자투리 공간에 간단하게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추천해주세요.

우리 학교 '새싹' 진수영(컴교04)
치커리와 케일과 같은 쌈 채소를 추천합니다. 상자텃밭에는 뿌리가 얕은 식물을 재배하기 좋아요. 쌈 채소는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재배하기 편하답니다.

경희대 '새싹' 장현호 회장
고추를 추천합니다. 5월 초는 모종을 심기에 딱 적합해요. 지금 이 시기에 씨앗을 심으면 식물 상태가 약해지기 때문에 좋지 않아요.

한양대 '새싹' 한인규 회장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추천합니다. 상추는 짧은 시간 안에 재배해 수확할 수도 있고,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기 좋아요.
 

▲ ⓒ인천광역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상자텃밭
상자텃밭은 작은 상자에 흙을 넣고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으로 실내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간단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