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이 불러온 ‘차별 없는 사회’ 논의, 대학가를 휩쓸다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합니다!” 지난 2일, 우리 학교 인사캠 대성로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대자보가 등장했다. 지난달 민주통합당이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철회한 사안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 대자보는, “모든 이들이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지난 2월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은 각각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지난달 17일 법안을 자진 철회했다. 2007년 법무부에서 제정을 시도한 이후 세 번째 맞는 좌절이지만 법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승인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를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등 차별금지법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가 깊어지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 내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이슈로 떠올랐다.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한양대 등 십여 개 대학의 성소수자 모임들은 "차별금지법 발의 철회를 우려하며, 조속한 입안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해 각 대학에 게시했다. 이처럼 대학 내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는 성소수자 동아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는 “차별금지법이 당장 제정된다 해도 성적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자유롭게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법적 차별이 금지됐다고 해서 사람들의 인식까지 저절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란 기대를 드러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과정 자체가 성적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법 제정이 조금이나마 차별 행위를 근절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에서다.
이번에 철회된 법안은 기존의 차별금지법 내용에 더해 차별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넣을 시 인권위에서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어기면 최대 3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행강제금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 자체가 유의미한 차별 제재 수단이 될 거란 기대는 많지 않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대학 내 목소리 역시 차별금지법의 상징적 의미에 기댄 바가 크다. 고려대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은 “법 제정으로 대학생 성소수자에게 돌아오는 직접적인 이익은 거의 없다”며 “다만 차별금지법이라는 이슈를 눈앞에 두고 침묵하는 게 옳지 않다는 당위성에 동의했기 때문에 성명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람과 사람’은 앞으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강연회 △대자보 게시 △영화상영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우리 학교 내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학내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재한 박미로(경제10) 학우는 “법 제정보다도, 법안이 담고 있는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성명서를 제안하게 됐다”며 “성균관대 내부에서라도 차별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학우는 현재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연대서명을 60여 명에게 받았으며, 자과캠에도 곧 이와 관련한 대자보를 게재할 예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성별, 종교 등의 차별 조항을 각기 다른 법으로 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담은 법이다.
◈이행강제금=행정법상의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일정한 기한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물리게 되어 있는 과태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