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현실게임 슈퍼베터 체험기

기자명 나다영 기자 (gaga0822@naver.com)

현실 속에서 우리는 본인의 감정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까?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감정의 통제를 잃어 짜증이 난다. 맥고나걸 교수는 현실의 감정을 게임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체현실게임 ?SUPER BETTER(이하 슈퍼베터)?를 개발했다. 슈퍼베터는 그녀가 뇌진탕으로 불안과 우울증을 극심하게 겪을 당시 만든 심신회복 게임이다. 맥고나걸 교수는 “심신이 건강해지면 평균 수명 78.1세에 10년의 수명이 더해지고, 이는 하루에 7.5분을 얻는 것과 같다”며 게임의 효과를 설명한다.
본 기자는 원래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다. 게임을 ‘현실도피’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게임을 통해 암을 치료하거나, 삶이 개선됐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일주일간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입문기
페이스북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아직 1레벨의 상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자신을 대체하는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야 한다. 기자는 소설 '1Q84'에서 유능한 PT트레이너이자 암살자로 등장하는 ‘아오마메(AOMAME)’를 생성했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함께 할 친구들을 초대하면 본 게임으로 들어간다. 게임은 ‘POWER UP’과 ‘BAD GUYS’의 각 항목을 플레이 하는 것으로 실행된다. ‘POWER UP’은 기분이 좋아지는 요소들의 모임이며, ‘BAD GUYS’는 내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들이다.

#적응기
게임의 목표는 4가지 종류의 복원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그 중 감정복원력은 3가지 이상의 감정을 느낄 때, 사회복원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으면 오른다. 신체 복원력은 1시간 이상 가만히 머무르지 않고 활동적으로 움직이면 늘어난다. 숫자를 거꾸로 세는 등 사소한 도전를 통해 정신복원력을 키울 수 있다. 아오마메가 ‘음식을 먹기 전에 잠시 멈추고, 음식의 종류를 건강한 것으로 바꾸기’ 항목을 플레이하자, 감정복원력과 정신복원력이 각각 1점씩 상승했다. 슈퍼베터를 끝내고 해당 항목을 현실에서 실천한다. 다음 접속 때 나의 실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전자판 자기계발서를 읽은 느낌이었다. 문구들을 플레이 하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았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모두 실천하지는 못했다.

<슈퍼베터의 게임 플레이 과정>
1단계 - 5초 정도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기지개를 쭉 편다.
         -신체복원력이 2점 상승했다.
2단계 - 손가락을 50번 소리 내 튕긴다. 아니면 100부터 7씩 빼면서 거꾸로 숫자를 계산한다.
         - 정신복원력이 1점 상승했다.
3단계 - 지금 안에 있다면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본다. 혹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기 사진이나 평소 좋아하는 동물의 사진을 본다. 
         -감정복원력이 2점 상승했다.
4단계 -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6초 동안 악수한다. 옆에 사람이 없다면 문자메시지나 페이스북으로 누군가에게 짧은 감사의 메시지를 보낸다.
        -사회 복원력이 1점 상승했다.

#확장기
다양한 활동들의 결과 레벨은 3이 됐고, ‘현재복원력’과 ‘최대복원력’이 41점으로 증가했다.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현실 세계에서도 게임 속 회복력을 따져보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아모마메가 성취해온 높은 레벨을 생각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다. ‘POWER UP’ 항목에 ‘마카롱 먹기’를 추가했다. ‘BAD GUYS’에는 과제를 하지 못한 채로 수업에 들어간 상황을 기록했다. 슈퍼베터가 감정의 메모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정신력이 강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 지난 9일 기자가 심신회복 게임의 일종인 ‘SUPER BETTER’에 입문했다./김신애 기자 zooly24@

#진행중
삶의 큰 변화는 없지만 슈퍼베터 안에서는 아오마메가 된 느낌이다. 아오마메는 이제 ‘BAD GUYS’를 암살할 수도 있고, 혼자서도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실천 상태를 슈퍼베터의 친구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확인받는다. 친구에 추가된 Philip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4주간 자신의 암이 치유되는 과정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게임을 한지 일주일이 됐지만 낡은 자기계발서처럼 접속 수가 뜸해질까봐 걱정된다. 대체현실게임이 지속되려면 옆에서 함께 진행 상태를 지켜봐주는 친구나 모임이 존재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