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근(국문08)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개인 과제와 조별 과제 그리고 시험공부 때문에 일상이 피곤해지고 사소한 것들 앞에서도 괜스레 짜증이 나곤 한다. 하루를 초 단위로 쪼개가면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 위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거나 높은 곳에서 넓고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한다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씩은 복잡한 우리의 두뇌를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줘야한다. 우리학교 건물에는 옥상에 올라갈 수 있는 건물이 몇몇 있다. 오늘은 인문관, 수선관, 법학관, 학생회관 이렇게 네 건물의 옥상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사람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옥상에 올라가서 일상 속에서 소소한 사치를 누렸으면 한다.
인문관의 옥상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옥상을 올라가는 입구에서부터 꽃 그림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계단을 다 올라가 옥상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온통 풀이 깔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구절초, 산수유부터 시작해서 이름 모를 풀들이 여기저기에 돋아나고 꽃들이 피어나있다. 그들은 태양의 빛을 있는 그대로 받으면서 옥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인문관의 옥상은 ‘원곡정원’이라고 이름까지 있다. 정원에서 원색적인 초록색을 마주하면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해진다. 걸음을 옮겨 인문관과 경제관 가운데 모여 있는 나무를 살펴본다.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건물 가운데에 심어져 있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를 보면 마치 내 눈이 카메라의 렌즈가 된 것 같다. 카메라의 렌즈로 계절마다 변하는 나뭇잎의 색깔을 옥상에서 살펴보면 마치 나만의 정원을 가진 느낌이 들 것이다.
수선관의 옥상은 황야의 벌판과 같다. 바닥은 온통 회색의 시멘트로 돼 있다. 하지만 주변을 가로막는 건물이 없어서 가장 멀리 볼 수 있다. 우리는 수업시간에는 책을 보고, 길을 걸어 다닐 때는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먼 곳을 쳐다볼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눈도 먼 곳과 가까운 곳을 자주 교차하면서 봐줘야 건강해지는 것이다. 수선관의 옥상을 올라가서 창덕궁의 담벼락 뒤에 서 있는 나무들의 우거짐을 헤아려 보자. 가시거리가 좋다면 더 먼 곳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법학관의 옥상은 모순된 공간이다. 즉, 옥상이면서 동시에 1층이다. 그 이유는 경사 때문이다. 법학관 2층은 수선관 3층과 연결돼 있다. 경영관 3층은 경제관 1층과 연결돼 있다. 즉 학교의 건물들은 2층이면서 3층이 되기도하고 3층이면서 1층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모순의 끝이 법학관의 옥상인 것이다. 마을버스 종점과 주차장이 함께 있는 후문에서 밑으로 내려오면 법학관 옥상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 이 계단으로 내려가서 법학관 옥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법학관 옥상은 1층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모순된 공간이다. 법학관 옥상은 벤치도 여럿 배치돼 있어서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누워서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좌우앞뒤로 불어오는 선들바람을 느낄 수 있다. 
학생회관의 옥상은 극장이다.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 금잔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나 학기 초나 축제 기간 때 금잔디에서 행사가 진행되면 학생회관 옥상에 앉아서 그 광경들을 관람하는 것도 일상의 피곤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지치고 피곤한 하루, 수업을 마친 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옥상에 올라가 ‘힘이 들 때 하늘을 봐’라고 노래하는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를 들어보면 어떨까.

▲ 이준근(국문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