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하바너머' - '하바액션' 물리학회 연합 학술제

기자명 유수빈 기자 (newbien@skkuw.com)

하바h-bar(ħ)란 플랑크상수(h)를 2π로 나눈 상수로, 현대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상수 중 하나다. 그래서 하바너머는 현대물리학을 넘어서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보겠다는 의미로 모인 우리 학교 물리학회다. 91년 첫 모임을 가진 이래로 지난 학기부터는 정기 심포지엄을 열기 시작했다.

“수원에 오니까 공기가 좋았습니다.”
지난 17일, 자과캠에 발을 내디딘 한양대학교 물리학회 ‘하바액션’의 소감이다. 맑은 공기 덕에 물리 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는 이들. 그들뿐만 아니라 △서강대 △숭실대 △중앙대 등지에서 온 학우들도 속속들이 제2과학관에 모였다. 바로 우리 학교 물리학회 ‘하바너머’와 ‘하바액션’의 제1회 연합 학술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학술제에서는 물리라는 큰 이름 아래 10가지 다양한 주제가 발표됐다. 그 중 하바너머가 보여준 네 연구를 소개한다.

▲ 지난 17일 자과캠 제2과학관 송천강의실에서 제1회 연합 학술제가 개최됐다./김은정 기자 ejjang1001@

핵무기의 원리와 그 발전사
학술제의 첫 포문을 연 1조는 핵무기에 대해 다뤘다. 먼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이 소개됐다. 이 폭탄들은 핵분열을 이용한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질량이 235인 우라늄에 중성자를 쏘면, 우라늄이 두 개의 원소로 분열하면서 중성자 3개가 튀어나온다. 여기서 생긴 중성자들이 남은 우라늄에 박아나가면서 무수히 많은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여기서 파괴적인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소련의 핵무기 개발에 자극받아 미국이 개발한 수소폭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수소폭탄 역시 핵분열을 이용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생겨난 에너지는 폭탄에 담긴 수소를 활성화하는 데 쓰인다. 이는 수소의 핵융합을 일으키고, 여기서도 에너지가 무지막지하게 나온다.
마지막으로 수소폭탄의 일종인 중성자탄을 소개했다. 다만 중성자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많은 수의 중성자를 방사하는 데 쓰인다. 사전에 이렇게 던져진 중성자의 진동수를 생명체 속 물의 고유 진동수와 공명하도록 맞춰놓으면, 방사된 중성자가 몸을 투과할 때 체내 수분을 증발시킨다. 생명체만을 골라 죽이는 똑똑한 무기인 것이다.
여러 핵무기를 소개하면서 정지헌(물리12) 학우가 강조하는 것은 하나다. “핵폭탄은 좋지 않아요.”

한의학은 과학적인가?
‘과학철학조’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3조는 ‘한의학이 과학적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과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기술했다. 발표자 오병욱(물리12) 학우는 과학을 “△연역적으로 추론 가능하고 △귀납적으로 입증 가능한 △현상에 대한 일관성 있는 설명 체계”로 정의한다.
이후 3조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전했다. 동양철학에 바탕을 둔 한의학은 우주 이치가 인간의 몸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 유추한다. 3조는 이러한 유추가 서양의학의 논리 체계보다 비약적이라고 말했다. 일반 원리에서 작은 개체로 이어지는 과정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3조의 정의에 따라, 한의학은 과학의 첫째 조건 연역성에 들어맞지 않는다. 일관적인 체계 또한 부족하다는 것이 3조의 설명이다. 같은 증상을 두고 한의사마다 침을 놓거나 약재를 쓰는 방식, 약재의 효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조는 한의학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살아남아 오면서 쌓여온 치료 성과를 인정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의학으로서의 가치는 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의 물리학적 적용
한두 개의 입자에 대해서는 입자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직접 풀 수가 있다. 그러나 상호 작용하는 입자가 많아질수록 식은 난해해진다. 이런 크고 무서운 계산에는 프로그래밍을 사용하면 답을 내기가 수월하다. 이를 관련해 김재명(반도체12) 학우는 이번 주제의 의도를 “물리 원리에 접근하는 방법이 기존 수학과 직관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힌다.
일반적으로 수식은 한 가지 선택이 한 가지 결과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여러 상황을 무작위로 고려하고, ‘확률적인’ 결과들의 집합을 보여준다. 김 학우는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려나오는 통계를 잘 다듬으면 물리학적 법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원자 모형에 시뮬레이션을 적용한 사례를 제시했다.
여기 일렬로 나열된 원자 모임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원자들 각각의 스핀 방향은 위나 아래로 정해져 있다. 여기에 60%의 확률로 원자 한 개의 스핀 방향은 바꾸는 시뮬레이션을 나열된 모든 원자에 적용한다.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원자들의 스핀 방향이 점차 비슷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김 학우는 무작위적 확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n(n≥2)보 진전을 위한 1보 후퇴”로 표현한다.

공기역학에서 공기저항 줄이기
마지막 조는 자동차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자동차의 표면을 최대한 매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울퉁불퉁한 표면에 닿는 공기의 흐름은 부드럽지 못하게 돼 저항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공기 흐름의 모양을 최대한 따르는 유선형 차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반으로 쪼갠 눈물 모양이다. 수평 방향으로 절단된 비행기 몸체를 상상하면 된다.
차체의 높이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그 이유는 달리는 차 뒤의 좌우로는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 그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낮은 저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항을 일으키는 소용돌이의 힘을 줄이려면 차의 상부와 하부 간 압력차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그 압력이 바로 차체의 높이와 연관돼있다.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공유의 장
이외에도 △용수철의 탄성에 대한 고체역학적 접근 △상대론을 고려한 지구 터널에서의 입자 운동 △삼투현상의 물리학적 이해 등 지루할 틈 없이 각양각색의 주제를 만나볼 수 있었다. 매번 발표의 중간과 끝에선 △전공 △학교 △학번에 연연하지 않고 날카로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런 높은 열의 덕에 학술제는 여섯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학문적 소통의 장을 넓힌다는 이번 학술제의 취지를 엿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비록 무수한 수식의 향연에 끝내 쓰러진 학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물리학회 연합 학술제는 매 학기마다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또한, 더욱 다양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교류 맺는 것이 목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학문 간 언어의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제2회 연합 학술제는 다음 학기 한양대에서 개최된다. 물리학의 무궁무진한 응용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학술제처럼, 다음에도 다양한 주제로 학우들을 찾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