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논리에 휘청휘청 '춤추는' 성미산
개발 논리에 휘청휘청 '춤추는' 성미산
  • 이종윤 기자
  • 승인 2013.05.20 22:15
  • 호수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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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대학로 CGV에서 영화 ‘춤추는 숲’이 개봉한다. 지난 16일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초청작인 ‘춤추는 숲’을 용산 CGV에서 미리 만나봤다. 

▲ 아이들이 성미산에서 지렁이를 잡으며 자연을 배우고 있다./ ⓒ영화 '춤추는 숲' 공식 홈페이지
1994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젊은 부부들이 모여들었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그들은 자신들이 잊고 살던 △공동체의 삶 △나눔의 가치 △자연 속의 삶 등을 아이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은 ‘공동육아’를 목적으로 십시일반 출자를 해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어린이집으로 시작한 공동 활동은 △가게 △카페 △학교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지금의 ‘성미산 마을’을 이뤘다. 성미산 마을은 현재 가장 성공적인 도시의 마을 공동체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성미산 마을에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부터 홍익대학교가 성미산에 외국인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홍대 외국인 기숙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외국인 기숙사가 산에 들어오게 되면 주민들의 성미산 조망권을 빼앗고, 현재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인 성미산의 환경을 해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한,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 환경이 저해되고, 주변 교통이 혼잡해질 것을 우려했다. 지난 2010년에도 홍익대 부속 초·중·고교가 산으로 이전하면서 성미산 마을 주민들은 홍익재단 측과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설현정 비대위 위원은 “홍익재단이 2010년에 학교를 옮기면서 주민들에게 약속한 보상을 아직 이행하지 않은 상태”고 “이번 공사에서도 주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당시 주민들이 요구한 사항은 △기숙사 용지에 나무 옮기기 △성미산 등산로 설치 △성서초교 등하교 시간 교통안전 요원 배치 등이었다. 이에 대해 홍익대 건설관리팀 관계자는 “주민들이 말하는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며 “2010년 학교 이전 당시 서울시 교육청 주관으로 마을 주민들과 이견을 조율하며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마포구청에는 기숙사 공사 관련 문건이 접수된 상태다. 마포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공사는 검토 중이며 허가 여부가 언제 결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춤추는 숲' 포스터./ ⓒ영화 '춤추는 숲' 공식 홈페이지
‘춤추는 숲’에 묻어나는 주민들의 애정
홍익대와 비대위가 상반되는 주장을 하며 팽팽히 대립하는 상황에서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춤추는 숲’은 2010년에 일어난 분쟁을 다루고 있다. 실제 마을 주민인 강석필, 홍형숙 감독 부부가 만든 이 영화는 원래 마을의 일상을 담아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제작된 영상은 갑작스레 사건이 터지면서 방향이 달라졌다.
영화 초반 마을 주민들은 벽화 그리기, 성미산 마을 축제 등을 진행하며 즐거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중 2009년 9월, 홍익재단 측의 학교 이전 공사 계획이 허가를 받으면서 마을의 상황은 매우 급하게 돌아간다. 이미 2003년에 주민들끼리 힘을 합쳐 서울시의 배수지 조성 계획을 무마시킨 적이 있는 만큼 그들은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다시 뭉친다.
주민들은 공사 기간 중 산에 텐트를 치고 점거농성을 벌이며 인부들과 숱한 몸싸움을 벌였다. 전기톱으로 자르지 못하게 나무를 끌어안고, 심지어는 전기톱을 든 인부에게 달려들기까지 했다. 성미산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애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주민들은 물리적으로만 대응하지 않고 촛불문화제, 100인 합창단 등의 문화적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산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도 슬픔 속에만 갇혀있기보다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드는 그들의 모습이 제목 ‘춤추는 숲’이 갖는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영화에서 한 마을 주민은 “우리에게는 모두 고향이 있다. 여기 아이들에게는 성미산이 고향인데 지금 그들의 고향이 파괴되는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 기숙사 건축 허가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이번에도 마을 주민들이 성미산을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몸을 내던질 것만은 확실하다.

▲ 지난 3월 7일, '홍대 외국인 기숙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대 외국인 기숙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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