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훈 기자 (kikos13@skkuw.com)

‘넌 언뜻 보기에 아무개를 닮았어’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아무개를 예컨대 원빈이라고 해보자. 분명히 당신이 원빈을 닮았을 일은 없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그 말을 해준 사람은 당신이 ‘원빈을 닮은 시점’을 캐치해낸 것이다. 조르주 루스 작품의 핵심은 바로 그 ‘시점’에 있다. 공간을 재단하고, 카메라 시점을 이용해 3차원과 2차원이 혼재하는 세계를 담아낸 그의 작품은 놀라움을 넘어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한가람 미술관 3층에 올라서면 몇 미터에 걸쳐 붉은 시트지로 도배된 복도가 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인테리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이런 시트지를 바라보는 것이 당신이 조르주의 작품과 대면하는 첫 순간이다. 어느 한 시점에서 바라보면, 붉은색 ‘꿈’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이 작품은 예술의전당 25년을 기념해 만든 ‘SAC 프로젝트 2’. 꿈은 그의 작품세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념이다. 그가 카메라의 시점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장소에 대한 작가의 ‘꿈’, 즉 영감의 포착이기 때문이다.

▲ 예술의전당 25주년 기념 신작 'SAC 프로젝트 2'.ⓒ서울아트센터

전시실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사진의 크기였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초고화질의 거대한 사진들이 전시돼 그 앞에 선 듯한 현장감마저 느껴진다. 그런 현장감을 통해 관람객은 사진 속에 담긴 비현실적인 광경이 현실처럼 보이는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런 비현실성을 가장 크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붉은 건물이 마치 다른 차원에서 나타난 느낌을 주는 ‘Vitry 2007’이다. 작가는 특정 시점에서 건물이 붉은 원처럼 보이도록 건물의 일부분 외의 나머지를 모두 철거했다.
▲ 조르주 루스의 2007년작 'Vitry 2007'.ⓒ서울아트센터

‘Vitry 2007’이 조형물에 대대적인 수정을 가해 조르주의 설치 예술가적인 면을 드러내는 작품인 반면 ‘Drewen 2003’은 건물의 일부분을 그대로 2차원 그림 안으로 끌어들인 작품이다. 독일의 한 폐 헛간에서 찍은 이 사진에서 건물의 대들보를 검은색으로 채색해 2차원 사각형의 한 변으로 사용했다. 사진 오른쪽 문의 크기를 봤을 때 얼마나 작품의 규모가 거대한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 조르주 루스의 2003년작 'Drewen 2003'.ⓒ서울아트센터

마치 포토샵을 이용한 듯한 작품이기에 많은 사람이 조작이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런 의문의 해소를 위해 전시관 한구석에는 조르주가 작업했던 과정을 상영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투사되는 영상을 통해 조르주가 설치물을 제작하고 사진이라는 최종적인 형태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전시회가 끝나자, 연속적일 것만 같은 3차원의 단면을 무자비하게 잘라낸 조르주가 필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차원은 과연 완전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