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 전시된 미디어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객들.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대안 문화, 언제부터 시작됐나
대안(代案): 어떤 안을 대신하는 안.
우리나라에 ‘대안’이라는 단어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대안 문화는 △대안 교육 △대안 미디어 △대안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리 잡았다. 대안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 고발하고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대안 문화의 큰 틀이다. 다수의 세계로부터 독립된 그들만의 장을 만들어 가는 대안 문화는 그간 우리나라의 문화를 좀 더 다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대안 ‘영상’을 말하다
이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 바로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이다. 서교동에 있는 아이공은 대안 영상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들은 대안 문화 중에서도 약간은 생소한 ‘대안 영상’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들은 대안 문화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영상’이라는 매개체를 선택한 것이다.
상업 영상 전성시대에 비주류를 외치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대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대안인가? 그들은 상업 영상과 주류 사회에 대한 대안이 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영상’은 무엇일까. TV를 통한 CF, 드라마나 혹은 상업 영화다. 웬만한 도시라면 어디든 영화관을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요즘 유행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정도는 안다. 사실, 알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갖가지 방식으로 그들의 영화를 홍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관을 찾아 그런 영화들을 감상한다. 한 끼 식사 값을 훌쩍 넘는 영화 표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업 영상은 말 그대로 ‘상업’ 영상이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을 많이 불러 모아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주류는 설 자리를 잃어 간다.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주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주류의 이야기만 담고자하니까.
아이공은 이런 비주류의 이야기를 묻히게 두지 않고,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주류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상업 영상의 대안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담아내고자 하는 비주류는 누구일까. 우리 사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모든 소수자다. △노동자 △여성 △환경 단체 등 아이공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담아내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아이공은 이런 공간이다
아이공의 전시는 정기 전시와 비정기 전시로 나뉜다. 정기 전시는 1년에 4회 정도 열리고, 기간은 보통 한 달 정도다. 비정기 전시는 정기 전시 사이에 열린다. 전시 주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하다.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 사회'를 다룬 '스펙타클과 우회의전략, 기 드보르와 국제상황주의' 전 △주디스 버틀러의 '연합의 정치학'을 바탕으로 여성주의를 다룬 '주디스 버틀러의 연합의 정치학으로 이해하는 젠더'전 △신체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영상 예술을 다룬 '피지컬 시어터 앤 미디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다. 아이공에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있고, 일정 비용을 내고 입장하면 관객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비와 운영 시간 등은 전시마다 달라진다. 상영관도 따로 있어 일정 시간에 방문하면 영상을 큰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 영상뿐 아니라 작가 설명회, 관련 워크샵도 활발히 진행된다. 또 아이공에서는 ‘나눔지기’라고 해서 아이공에서 일하며 대안 영상을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보수는 없지만 아이공의 전반적인 실무를 체험하며 대안 영상을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안 문화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자 하는 아이공에게 물리적 공간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비주류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담아내는 영상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소수자의 목소리를 꾸준히 담아낼 것이고, 공간은 비주류와 주류, 모두에게 열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