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스케치 - '주디스 버틀러의 연합의 정치학으로 이해하는 젠더'전

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 전시가 열리고 있는 아이공의 전경의 모습.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에서 열린 '주디스 버틀러의 연합의 정치학으로 이해하는 젠더'전은 여성주의 목소리를 다뤘다. 전시는 곽은숙, 홍현숙, 원 세 미디어 아트 작가가 영상으로 담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전시를 보기에 앞서 주디스 버틀러에 대해 알아보자. 주디스 버틀러는 1990년대 처음으로 ‘퀴어 담론’을 제시한 미국의 페미니즘 철학자다. 그는 사람의 정체성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구성되고 반복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바로는 ‘젠더’의 개념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젠더(gender)는 생물학적인 성별(sex)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별’을 의미한다. 그의 의견을 바탕으로 본다면 젠더의 개념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의 규정된 사회적 성별은 언제든지 새로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포괄하자는 의미의 ‘연합의 정치’를 제안했던 것이다.
아이공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영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아이공은 곽은숙 작가의 △'고무공장 큰언니' △'응답하라 무능력' △'히스테리아 시리즈', 홍현숙 작가의 △'Watering' △'날개' △'북가좌 엘리지', 원 작가의 △'Written on the Body' △'창문 너머 별' △'헬멧' 등 여성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낸 영상을 모았다. 전시 공간에 늘어선 모니터에는 작가들의 영상이 연속적으로 상영된다. 관객은 헤드셋을 끼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상영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감상하고 싶다면 홈페이지의 상영 시간표를 확인하고 가면 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기반으로 사진과 설치작품을 발표해 온 홍현숙 작가의 작품은 약간 코믹하다. '북가좌 엘리지'에서는 한 여성이 뜬금없이 풀이 무성한 공터로 들어간다. 그곳은 원래 집이었던 집터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해 다 허물어져 없어진 것이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 집터에서 그녀는 욕실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옷을 벗고 샤워를 한다. 심지어 용변까지 본다. 장면이 바뀌고 그녀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이다. 그녀는 동상 앞에서 체조를 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그녀를 쳐다본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독특한 자세를 반복해 취한다. 이런 영상을 통해 홍현숙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장소에서 무엇을 하기로 태초부터 정해진 것이 있었는가. 없었다. 모두 우리 사람들에 의해 구성되고 반복된 것일 뿐,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세 작가는 주디스 버틀러 젠더 의식의 연장 선상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사회 속에서 여성이라는 존재의 현실과 저항의 움직임을 보여준 이 영상들은 우리 사회 속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