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안나 카레니나)

얼마 전 영화로도 개봉됐던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문장이다.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고전을 구성하는 여러 문장 중에서도 위의 한 문장이 유독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짧은 한 문장 안에 인생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어서일 테다.

안나 카레니나 속 문구는 가정을 넘어 인생사를 관통하는 함의를 지닌다. 행복한 사람들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치열한 자기 성찰을 통해 얻은 삶의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삶의 지향점이 명료한 사람은 눈앞의 어려움에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향하는 가치가 불분명한 이는 크고 작은 갖가지 고난 앞에서 쉽게 주저앉는다. 불행의 원인이 가지각색인 이유다.

삶의 지향점은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도출된다. 개인의 성장 환경이 다른 만큼, 성격과 적성은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본인 인생의 목표를 찾는 여정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귀를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겐 ‘자기’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 매일 정해진 커리큘럼에 맞춰 정신없이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는 일상의 반복이다. 대학 진학 후에도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은 부재하다. 대학 시절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자기’가 빠진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직장의 문을 두드린다. 취업 후 자신만의 특별한 목표 의식 없이 임하는 직장 생활은 권태롭다. 그러다 문득, ‘자기’에 대한 고민이 찾아오곤 한다. 뒤늦게 시작되는 고민, 이른바 ‘성인 사춘기’가 만연한 이유다.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힐링 열풍 역시 ‘자기’가 부재한 현 사회의 모습에서 기인한다. ‘자기’가 부재한 사람들은 제각각의 불행한 이유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형성된 가지각색의 불행의 원인을 들고 멘토에게 찾아가 외치는 것이다. ‘힐링이 필요해’라고.

‘자기’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간단한 돌파구를 제시하고 싶다. 바로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 작성하는 일기는,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기를 쓰는 동안 개인은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그 속에서 찾은 ‘자기 자신’은 인생의 지향점으로, 행복한 삶으로, 본인을 인도해 줄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어쩌면 진정한 ‘힐링’은 이 한마디 속에 들어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정지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