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 인터뷰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대포를 쏘다 새총을 쏘는 느낌이다.” 최승호 PD는 뉴스타파에서의 활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 숱한 화제작들을 낳은 대한민국 대표 시사 PD인 그는 지난해 6월, 파업 참가 등을 이유로 MBC로부터 해고당했다. 최 PD는 평소 정권을 향한 성역 없는 비판의 자세를 견지해왔다. 현재는 해직언론인들이 만든 대안언론 뉴스타파에서 앵커로 활동 중이다. MBC 간판 PD에서 대안언론의 앵커로 거듭난 그를 지난달 14일, 신촌의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났다.     

▲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지난 3월부터 뉴스타파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오랜만에 방송하게 돼 기쁘다. 2011년에 마지막 방송을 한 뒤로 2년 만이다. 힘든 점이야 있지만, 방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MBC에서는 여러 분야의 스텝들로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혼자 해결해야 한다. 당장 이동할 때를 생각해보면 예전엔 운전기사가 운전을 해줬지만 이젠 직접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또 MBC에 있을 때보다 취재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점도 힘들다.

MBC에서 일할 때보다 좋은 점도 있나.
우선 아이템 결정하는 것부터가 다르다. MBC는 취재하는 과정부터 방영되기까지 여러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어도 쉽게 내놓을 수 없고, 기회를 여러 차례 엿봐야 했다. PD수첩이 정상적으로 방송되던 때도 그랬는데,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크다. 지금의 MBC는 제대로 된 보도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뉴스타파에서는 다루고 싶은 사안을 취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김재철 사장이 퇴진했다. 앞으로의 MBC를 어떻게 내다보나. 
김재철 사장은 퇴진했지만, 그가 심어 놓은 후임들은 그대로다. 현재로 봐선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에 여야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잘 실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바꿔내지 않으면 국민들이 계속 피해를 보게 된다. 

현재 MBC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영향력과 신뢰도 측면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지금 MBC는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공영방송을 믿을 수 없게 됐고, 사기업인 종편이 더 신뢰를 얻고 있다. 족벌 언론이 상대적으로 정치적 통제에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주의 이익 범위 내에서 움직일 뿐 이를 넘어선 보도는 할 수 없다. 족벌언론의 사주들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보도를 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런데도 워낙 공영방송이 망가지다 보니 시민들이 족벌 언론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작년 언론파업을 어떻게 보나.
규모에 비해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공정방송을 사수하고자 하는 한국 언론 역사상 유례없는 연대 파업이었지만 사회 전체를 바꿔내지는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 현실을 평가하자면 언론 파업 전과 비교해 더 나쁘거나 비슷한 상황이다. 공영방송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렇다고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다. 언론 파업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사회의 각성이다. 언론인들도 스스로 문제점을 깨달았고, 일반 시민들 역시 공영방송의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을 위한 방송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국민TV’나 '뉴스타파'와 같은 대안언론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 같다.

‘PD수첩’은 ‘PD저널리즘’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프로그램이다. PD저널리즘이 뭐라고 생각하나. 
기자들이 출입처를 드나들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쓰다 보니 출입처 저널리즘이 탄생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부터 PD저널리즘은 시작됐다. 출입처라는 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저널리즘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한편으로 기자들이 볼 땐 덜 성숙한, 거친 저널리즘이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외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정신이다. 이는 뉴스타파에서 잘 구현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를 내걸었다. 탐사저널리즘이 뭔가. 
정부나 재벌 등 권력 집단이 숨기려는 사실을 파헤쳐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단순히 사실 보도를 뛰어넘는 거다. 중계보도는 사실 보도지만 진실을 담지는 못한다.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사실 보도는 그 말이 나온 원인과 배경 속에 숨은 진실을 보여주는 탐사 보도와는 다르다. PD저널리즘은 출입처가 없으니 권력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고, 분량이 길다 보니 심층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탐사저널리즘이란 영역과 잘 맞아떨어진 거다.

탐사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탐사보도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다. 세상에 대해 알고 싶다는 근원적인 궁금증이 탐사보도의 뿌리다. 단순히 재미있을 거란 생각, 높은 보수에 대한 기대만 가지고는 오래 못한다. 오히려 굉장히 어렵고 피곤한 일인 게 맞다. 재미와 돈을 원한다면 다른 일을 하면서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면서, 사회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탐사보도의 매력도 크다. 숨겨진 사실을 세상에 알리면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게 즐겁다면 탐사보도가 적성에 맞는 거다. 

 

▲ 지난 3월 13일, MBC 'PD수첩'에서 불방됐던 '4대강, 수심 6M의 비밀2'가 방송됐다./ ⓒ뉴스타파

PD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방송을 하고 나면 변화가 있다. ‘검사와 스폰서’ 방송 이후로 검사들이 룸살롱에 잘 못 간다. 검찰 내부 문화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검찰 사람한테 들었다. 황우석 사건 이후에야 비로소 우리 사회에도 논문 표절이 잘못됐다는 사회적 통념이 잡히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 조금씩 바로잡히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PD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황우석 사건 때다. 국민의 90퍼센트가 비난하고 광고가 다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었다. 여론과 반대방향의 보도를 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그 외에 협박, 소송 등 문제가 발생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자기 마음가짐에 달렸다. 부딪히면 극복해 나가면 된다. 그런데 해고해버리면 답이 없다. 황우석 사건을 제외하면 가장 힘들었던 사건은 해고였다. 김재철 사장이 MBC를 망가뜨리면서 사람들을 자르고 나도 해고됐다. 공영방송의 희망이 점점 사그라지는 과정이라 안타깝다. 앞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게 가장 힘들다. 그럼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공영방송을 살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도 지금은 참 행복한 것이, MBC에서 해고된 후에도 시민들의 지원 덕분에 이렇게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거다. 2만 명이 넘는 뉴스타파 후원 회원들이 있어 아무런 외압도 받지 않고 제대로 된 언론 보도를 할 수 있다. 활동할 때 제일 힘이 되는 건 시민들의 지원이다. 뉴스타파를 보고, 후원해주고, 주변에 홍보해주는 시민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 뉴스타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꾸려진 대안 언론이다./ ⓒ뉴스타파
뉴스타파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계속 발전할 거라 생각한다. 공영방송은 공영방송 나름의 한계가 있다. 가장 여과 없는 정부 견제와 재벌에 대한 비판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대안언론이다. 뉴스타파는 사실로 승부를 건다. 최근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국내 언론 중 가장 활발하게 팩트를 발굴해내며 검찰수사를 덮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물론 영향력은 아직 충분치 않다. 대포를 쏘다 새총을 쏘는 느낌이다. PD수첩에서 다뤘으면 해결속도가 훨씬 빨랐을 거다.

지난달 24일, 국제앰네스티의 2013 연례 인권보고서가 한국지부를 통해 발표됐다. 보고서에는 △문화방송 △연합뉴스 △한국방송 △YTN 등 언론사의 잇따른 파업 사태가 담겼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해직 언론인만 20여 명, 징계자는 400여 명에 이르는 등 한국 언론 자유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탐사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최 PD가 제일 먼저 전하고 싶은 말은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경고였다.
시종일관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그의 주장은 단 한 가지다.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것.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공영방송은 “국민의 재산”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PD는 “흰머리를 휘날리며 취재하는 외국 언론인들처럼, 마지막까지 현장에 있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 온 MBC를 떠나야 했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잡아끄는 한 그는 언제까지나 탐사보도 현장의 ‘진실의 목격자’다. 

▲ '4대강, 수심 6M의 비밀2' 방송 중 한 장면./ ⓒ뉴스타파

최승호 PD 약력

1986년  문화방송 입사, MBC 시사제작국 PD
1993년  MBC ‘경찰청 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삼김시대’ 방영
2000년  MBC ‘한국의 대형교회’ 방영
2003년  MBC 시사교양국 시사교양특임 차장
2003년~2005년  전국언론노조연맹 부위원장, MBC 본부 위원장
2005년  MBC ‘PD수첩’ 책임프로듀서
2005년  MBC 시사교양국 2CP* CP
2006년 1월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조작 사건 다룬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 방영
2006년 3월  제18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최고프로듀서상 수상
2010년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방영
2011년 2월  제23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
2011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이 출석하던 소망교회의 문제점 취재 중 ‘PD수첩’ 제작진에서 제외됨
2012년 6월  MBC에서 해고
2013년 3월  뉴스타파 시즌3 앵커, 뉴스타파 ‘4대강, 수심 6M의 비밀2’편 방송

*CP(Chief Producer)=방송국의 데스크로서 대형 프로그램의 기획 및 총괄자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