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수빈 기자 (newbien@skkuw.com)

이 게으른 영혼도 언젠가는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뭘 해먹고 살아갈지가 고민인 와중에 진짜 빌어먹을 인문학으로 먹고사는 사람을 만났다.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었다. 필자도 언젠가는 그걸로 빌어먹고 살고 싶은데, 라는 막연한 낭만이 떠오른다. 그래놓고 정작 노력하는 건 없다. 한 마디로 무위도식하며 살고 있다.
필자라고 눈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서, 툴툴대기가 요즘은 쉽지 않다. 실은 이미 많이도 불평했던 것이다. 다들 열심히 아등바등 살려고 하는데, 우물쭈물하다 혼자 뒤처진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이전부터 이 직장에 있을 때마다 드는 생각, 필자란 인간이 얼마나 열정이 있느냐는 무서운 고민이 떠오른다. 진짜 필자는 열정이 저들만큼도 없다. 저렇게 열심히 세상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필자에게 날로 느는 건 처세와 요령뿐이다. 그렇다고 영혼을 불태워보려는 의욕은 좀처럼 않는다. 필자를 욕할 문제인지, 세상을 욕할 문제인지가 잘 구분이 안 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고 하면. 진짜 나쁜 세상이다. 이건 꼭 태평천하를 말하는 채만식의 소리다. 그래서 인문학도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이걸 먹고 진짜 어떻게 산담?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에서도 정말 강하게 공감했던 말이 있다. 인문학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어디 세상에서는 전혀 아닌데. 진짜 그렇다. 상경계나 이과 쪽 친구들이 인문학을 겸하는 걸 선호하는 사회인 건 맞다. 근데 인문학을 원 전공으로 할 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이 안 온다. 다들 졸업하고 나서는 어떻게 사는데, 앞이 잘 안 보인다. 물론 난 인문학 전공은 아니다. 근데 그쪽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내 원 전공에게 줄 사랑이 없다. 그것도 큰일이다.
그래서 결론은 세 개다. 빌어먹을 세상에서 빌어먹을 인문학 갖고 어떻게 빌어먹고 살 것인가. 그런데 또 지금 보니 이것 역시 푸념이 됐다. 두서없는 밤이다. 인문학을 업으로 하고 사는 지식 만화가 김태권 씨가 부럽다.

▲ 유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