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형 기자 (xogud246@skkuw.com)

성균관은 조선 시대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이었다.요즘 학교마다 학교 괴담이 존재하듯 성균관에도 괴담이 있다. 광해군 시대의 뛰어난 문장가인 유몽인이 저술한 '어우야담'에는 성균관에 얽힌 괴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성균관 출판부 관계자는 “어우야담은 기록문화로서의 가치가 있다”며 “그러나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성균관에는 유생들을 위한 기숙시설이 있다. 기숙시설은 동재(東齋)와 서재(西齋)로 나뉘는데 그 중 서재의 넷째 칸인 진사간(進士間)에는 귀신이 자주 출몰했다고 한다. 이 진사간 귀신의 정체와 관련해 크게 3가지 얘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 성균관 진사간./김신애 기자 zooly24@

1. 이소경 귀신
당시 성균관의 기숙시설은 온돌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유생들이 겨울철마다 추위에 떨었다. 이들은 한기를 견디기 위해 이불을 여러 채 덮고 옆 사람의 체온을 난로 삼아 잠을 청했다고 한다. 당시 서재의 진사간에는 용모가 수려한 한 젊은 유생이 늘 『이소경』이란 시를 읊었는데 함께 기숙하던 진사 두 사람이 그와 함께 자려 했다. 두 진사는 그의 다리를 잡아당기다가 다리를 찢어 죽이고 말았다. 이후 비가 내리는 날이면 밤마다 진사간에서 이소경을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2. 미녀 귀신
연산군 시절, 연산군은 매일같이 간언을 하는 성균관의 생원, 진사들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성균관의 식당을 없애고 기생을 머무르게 했다. 그러던 중 돌연 한 기생이 성균관에서 숨지게 됐다. 이후 진사간에서 자는 선비마다 꿈에 미녀를 보고 항상 가위에 눌렸다고 한다.


3. 개고기 귀신

▲ 늦은 밤, 어둠에 둘러싸인 성균관 외관의 전경이다./김신애 기자 zooly24@
성균관의 생원 가운데 장언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성균관에서 소주를 과음하여 죽고 말았다. 다음해 6월 성균관에서 개고기와 소주를 먹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전날 이광철이란 진사가 진사간에서 잠을 자는데 꿈에 장 생원이 나타나 말했다. “나는 생원 장언구요. 내일 나눠주는 개고기를 나도 먹게 해주시오” 꿈에서 깬 이 진사는 다음날 나오는 개고기를 그릇에 담고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성균관에 있는 장원백이라는 잣나무 밑에서 자면 장원을 할 수 있다는 전설도 있을 만큼 미신은 그들의 삶에 들어와 있었다. 성리학을 숭배하고 무속신앙을 배척한 성균관 유생들이었지만 모순적이게도 위와 같은 괴담을 전한 것이다. 그들도 무더운 여름날 방에 모여 괴담으로 더위를 쫓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