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체험단 인터뷰

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당신은 더는 스크린 속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무섭지 않다. 소설 속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추격에도 스릴을 느끼지 못한다. 올여름 공포를 만끽하기에 영화나 소설로는 부족하다면 몸소 ‘흉가체험’을 나섬이 어떠한가? 여기, 말만 들어도 으스스한 흉가를 정기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30일 건대입구역 주변의 한 커피숍에서 다음 카페 ‘흉가체험’의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꼬마이슬(가명 김누비) △미목행자(본명 우종호) △타락악마(본명 우아름)를 만나 생생한 흉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흉가체험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꼬마이슬(이하 꼬) : 평소에 귀신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나 가족들이 가위에 눌리는 모습을 보고 정말 귀신이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가위에 눌려본 적도 없고 귀신을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미목행자(이하 미) : 나는 어렸을 때 귀신을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귀신과 관련된 것에 관심이 많았다.
타락악마(이하 타) : 진짜 공포를 체험하고 싶었다. 여기 들어오는 사람 대부분이 식상한 공포영화에 질려 있다.

흉가체험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체험을 간다. 체험인원은 많으면 20명 정도인데, 한번에 한 명씩만 흉가에 들어간다. 운영진이 흉가 안에 준비해둔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미션이 주어지기도 한다.

▲ 미목행자.
귀신을 본 적이 있는지.
바로 지난 주말에 진행된 체험에서도 보고 왔다. 남양주시에 있는 수련장을 다녀왔는데, 방구석에 여자아이가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수련장을 나오자마자 다리가 풀렸다.
귀신을 느끼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타락악마는 귀신을 자주 보는 편인데 나는 본 적이 없다.
미 나도 활동한 2년 동안 모든 체험에 참여했는데 귀신을 본 적이 없다.

 

기억에 남는 장소나 일화는?
나는 담력이 센 편이라 랜턴도 없이 흉가를 돌아다닌다. 단 한 곳을 들어가지 못했는데, 영덕 흉가의 지하실이었다.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려고 발을 뗐는데 앞으로 디딜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타락악마.

프로그램 촬영 차 안성의 한 휴게소 뒤에 있는 흉가에 간 적이 있다. 원래 나는 들어갈 계획이 아니었는데 방송PD가 억지로 들여보내려고 해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 결국, 직접 6mm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는데 멀쩡하던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다. 나중에 김영기 퇴마사한테 물어봤더니 그곳에 있던 할머니 귀신이 손녀가 아픈데 우리가 시끄럽게 해 화가 나서 카메라를 끈 것이라고 했다.
체험하러 다니다 보면 방 안과 밖의 온도 차가 심한 때가 있다. 이상한 것은 그런 방에 문이 없다는 점이다. 귀신이 모여 있기 때문에 따뜻하다고 한다. 어떤 방은 찜질방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
 

▲ 대전 충일여고 복도의 모습으로 복도 끝에 귀신이 서 있을 법하다./ⓒ흉가체험 제공
흉가에 가면 귀신이 옮는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제로 귀신이 옮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흉가체험 시 지켜야 할 규칙이 존재한다. 절대로 흉가 안에 원래 있던 물건을 가지고 나오면 안 된다. 귀신이 물건을 따라올 수도 있다. 흉가 안에서는 절대 머리를 만져서도 안 된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귀신이 머리를 만져 간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손으로 머리를 만지면 귀신이 손을 타고 정수리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간지럽다면 머리를 흔들어 쫓아야 한다. 또, 흉가 안에서 장난은 금지다.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이전에 천안의 폐 모텔에서 여자 두 분이 휴대폰을 가지고 사진 찍고 웃으며 장난을 쳤다. 그 중 한 분이 그날 집에 들어갔을 때, 집에 있던 벽시계가 자기 앞에 떨어졌다고 한다.
흉가 안에 있는 거울을 쳐다봐서도 안 된다. 귀신을 마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천안에 있는 폐 모텔 내부의 모습. 보기만해도 으스스하다./ⓒ흉가체험 제공
앞으로도 흉가체험을 할 계획인가?
타 나는 활동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처음에는 체험 자체가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좋아서 한다. 여름에 이거 아니면 특별히 할 게 없다.
여자는 결혼하면 발목 잡힌다고 하지 않나. 그전에 실컷 흉가체험을 즐기고 싶다.
미 나에게 흉가체험은 하나의 취미 활동이다. 재미있고 관심 있으니까 앞으로 상황이 되는 한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