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 ⓒ토닥토닥협동조합 제공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 그리고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과 사회 전반에 걸친 고용 불안. 많은 청년이 ‘워킹푸어(working poor)’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없어 보인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자청하는 ‘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토협)’이 지난 2월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토토협은 ‘청년에 의한’ 그리고 ‘청년을 위한’ 금융생활협동조합이다. 만 15세에서 39세까지의 청년 누구나 매달 5000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면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청년들이 모여 같은 처지의 다른 청년을 돕는 형태로, 이러한 세대별 협동조합은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렵다. 조금득 토토협 대표는 “사회 어디에도 청년을 위한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서로 도우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상호부조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토토협에서는 금융협동과 재능생활협동 두 가지 주요 사업이 진행 중이다. 금융협동 부문에서는 소액대출과 재무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소액대출은 △긴급대출 △범위 내 대출 △일반대출 △토닥이 대출의 4가지 종류가 운용 중이다. 대출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 이자율이 0%~2%로 일반 금융기관보다 훨씬 저렴하고 상환기간도 길다. 토토협이 지향하는 바는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재무상담으로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 청년의 경제적 자존감을 높이고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
재능생활협동을 통해서는 ‘토닥씨앗’을 얻을 수 있다. 조합원들은 일정 개수의 토닥씨앗을 보유해야 대출받을 수 있다. 재능생활협동은 △물품나눔 △일손돕기 △재능나눔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경제적 영역을 벗어나 생활 전반에서 상호부조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토토협의 목표다. 조합원들은 서로 밥솥이나 책상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나누고 이삿짐을 날라주기도 한다. 또한, 법률상담과 포토샵 강좌가 재능나눔으로 개설돼 진행 중이다. 지난 5일에는 사진 촬영에 능숙한 조합원이 다른 조합원의 파티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 지난달 열린 프리마켓에서 조합원들이 서로의 물건을 구경하고 있다. /ⓒ토닥토닥협동조합 제공

조합 내 결성된 다양한 소모임 활동과 협동조합 행사를 통해서도 토닥씨앗을 획득할 수 있다. 토토협은 청년들이 단순히 금전적 문제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을 자각했다. 이에 청년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공동체 의식을 키우기 위해 재능생활협동을 비롯한 조합원들 간에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동조합이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 구성원들 간 유대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데이트코스 탐방 △임대아파트 정보 및 노하우 나눔 △철학책 읽기 등의 모임부터 △봄 소풍 △사람책 △조합원 교육 △캔맥영화제 △프리마켓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이와 같은 목적으로 조합원 여름캠프를 계획하고 있다.
토토협은 지난 6일 기준으로 291명의 조합원과 약 2300만 원 규모의 출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조합원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하는 중”이라며 “앞으로 각 지역에 조합원의 규모가 더욱 커지면 지역지부를 세워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출자금의 규모가 커지면 현재 50만 원인 일반대출의 한도를 확대해 더욱 현실적인 도움을 줄 계획을 하고 있다.
토토협에서 주최한 프리마켓에 참여했던 심수림 조합원은 “비록 소액이지만 내가 경제적으로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굉장한 힘이 된다”며 토토협 활동에 대한 의의를 전달했다.

▲ 지난 4월에 진행된 캔맥영화제에 모인 조합원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 /ⓒ토닥토닥협동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