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담 체험기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돈은 무슨 의미일까. 대학가엔 주식투자동아리와 재테크 학회가 범람하고, 언론에선 모든 청년이 금융 전문가가 돼야 할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대학생들에게 돈 관리는 여전히 먼 얘기다. 막연히 좋은 직장에 가서 높은 연봉을 받으면 모든 돈 문제가 사라질 거라고 믿을 뿐 정작 돈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은 알지 못한다. 88만원 세대에게 재정자립은 결국 꿈같은 이야기다. 토토협은 재무상담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한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라면 돈을 잘 다루면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토협이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진행하는 재무상담은 △재무교육 △진찰 △진단 및 처방 △처방

▲ ⓒ에듀머니 홈페이지
에 따른 한 달간의 생활 뒤 점검으로 이뤄진다. 재무상담에 필요한 준비물은 가계부도 경제 상식도 아닌 경제자립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한영섭 토토협 재무이사는 “대부분의 대학생은 돈 관리라는 동기 자체가 없다”며 “‘내가 가진 돈이 빤한데, 관리가 필요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결코 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스로 경제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재무상담의 핵심이다. 재무상담에서는 채무악성화에 처한 청년들에게 △개인 소비 성향의 개선 방안 △당장 도움받을 수 있는 정부 정책 △청년들이 경제적 취약계층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 등을 일러주며 대안을 제시한다. 6월 중순부터 도입되는 청년가계부도 같은 맥락이다. △재정 심리 상황 △구체적인 자산 현황 △실제 지출 현황 △결산 등을 적어 자신의 소비에 대한 흐름을 점검하고 통제력을 기르는 것이 가계부의 핵심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기자가 직접 재무상담에 참여해 토토협의 금융철학을 체험해 본다. 이번 호에서는 1차 재무상담인 ‘진찰’을 다루고 다음 호에서 2, 3차 재무상담인 ‘진단과 처방’ 및 한 달에 걸친 조합원 체험기를 다룬다.

 

▲ 지난 5일, 토토협 사무실에서 기자가 재무상담을 받고 있다. /ⓒ토닥토닥협동조합 제공

 

지난 수요일. 1차 재무상담을 받기 위해 토토협 사무실을 찾았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기자 역시 돈 관리에 무지한 편이다. 돈이 필요해지면 부모님께 기대는 것이 경제생활의 전부였던 기자의 경제관념은 얼마 가지 않아 드러났다. 상담 시작 전 주어진 설문지에는 △돈에 대한 자신감 △돈에 대한 통제력 △돈에 대한 스트레스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 등의 항목이 나열돼 있었다. 돈에 대해 걱정해 본 적은 없지만 그만큼 통제력이 낮다는 점에서 자신감에는 낮은 점수를 줬다. 마지막 항목인 ‘돈을 통제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했나’에는 △가계부 작성 △소득 증진 노력 △지출 감소 노력 △저축 계획 수립 등 10가지 방안이 적혀 있었으나 기자는 단 한 가지도 해당 사항이 없었다. 돈 관리에 관한 한 기자는 문외한이었다.
상담은 토토협에서 사용하는 ‘재무상담 고객정보 양식’에 따라 △인적사항 △가족관계 △직업 △차량 등으로 이뤄진 신상정보와 △소득 △부동산 △부채 △금융자산 △보험 △고정지출 △변동지출 등으로 이뤄진 재무정보의 순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단순히 양식의 빈칸을 채우는 것이 상담의 전부는 아니었다. 상담을 맡은 한영섭 토토협 재무이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관계는 물론 삶의 많은 부분이 돈과 얽혀있기 때문에 재무상담에서도 전반적인 생활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담 역시 △부모님과의 관계 △진로 △학교생활 등 근황을 묻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됐다. 상담사가 첫 시간에 살펴보자던 ‘미래 계획’은 단순히 재테크와 펀드 투자로 이뤄진 경제 계획뿐 아니라 인생 계획을 포함하고 있었다. 인적사항도 인생 계획의 연장선에서 고려 요소였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가정환경에 의해 경제상황이 좌우되는 때가 있다”며 “예측 가능한 상황만이라도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도움이 된다”고 상담사는 설명했다. 기자의 경우 동생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2년 후부터 가계에 부담이 올 가능성이 컸다.
재무정보로 넘어가 소득을 살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 않은 기자에겐 용돈이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용돈이 얼마냐는 질문조차 답할 수 없었다. 용돈 개념 없이 필요할 때마다 부모님께 요청해 온 것이 기자의 오랜 습관이었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한 달 지출액을 물었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40만 원 정도”라는 대답을 들었을 뿐이었다. 상담사는 “액수는 중요치 않지만, 그때그때 받다 보면 실제 소비와 많이 다를 수 있다”며 “용돈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면 부모님으로서도 규모 있게 자금 관리를 할 수 있을 테니, 상담 이후엔 용돈 협상을 통해 구체적 금액을 제시하라”고 조언했다.
가늠되지 않던 지출을 점검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출은 크게 고정 지출과 비정기 지출로 나뉘었다. 기자는 통학을 했기 때문에 △관리비 △월세 △전기요금 등 공과금에서 자유로웠다. 달리 말하면 부모님께 기대고 있었단 의미다. 상담사는 “독립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이 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간과한다”며 “이에 대한 검토 없이 독립했다 부채를 떠안는 경우를 막기 위해, 최소한 본인 가정의 유지비용 정도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립을 준비하지 않을 때조차도 자신의 생활 유지비용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가스 △수도 △전기요금 등 평생 지출해야 하는 공과금은 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생활 유지비가 낮으면 낮은 보수를 받는 일을 하면서도 살 수 있기에 직업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자금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절약적인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상담사는 강조했다.
이어 △교통비 △문화생활 △식비 △통신비 등을 헤아려봤다. 기자는 △시민단체 후원 △도서 구매 △취재원과의 통화 △통학 △후배들과의 잦은 밥 약속 등 유지비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산 결과 고정 지출만으로 이미 부모님께서 예상한 40만 원을 달성했다. 비정기 지출로 넘어가자 예측은 한층 힘들어졌다. 기자가 곤란해하자 상담사는 “계획 없는 지출을 해 왔기 때문에 감각이 무뎌진 탓”이라며 “시기별로 조금씩 나누어 계산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미용 △의류 △전공서적 △친구와 가족 생일 등 경조사에 따른 비용 △MT 등 여행비를 다 따지고 보니 한 달에 16만 원이라는 비용이 더해졌다. 
상담을 마치고 보니 기자가 얼마나 부모님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재정 독립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님의 후원은 물, 공기와 같았다. 실제 본인의 생활 유지비용을 따져보는 작업은 충격적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의식적으로 소비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담사의 설명이다. 또한 “반드시 소득을 늘리지 않더라도 소비를 관리함으로써 어느 정도 재정 독립이 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성인으로서 자신이 얼마를 쓰고 있는지도 몰라서 되겠느냐는 상담사의 지적이 따끔하게 다가왔다. 소비 내역을 돌아보니 기자의 생활이 빤히 들여다보였지만, 문제는 그동안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다. 그동안 기자의 생활은 기자의 통제 밖에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다음 시간에는 오늘 진찰한 결과를 가지고 진단과 처방을 내려준다고 한다. 체계적인 통장관리법 등을 알려주겠다는데, 다음 상담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