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동고개 평탄화 논의에 굴곡진 북촌
화동고개 평탄화 논의에 굴곡진 북촌
  • 신혜연 기자
  • 승인 2013.06.10 23:13
  • 호수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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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지키기 기금마련 바자회 스케치

우리 학교 인사캠이 위치한 종로구는 옛 문화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북촌은 옛 서울의 정취를 잘 간직한 것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런 북촌에 최근 개발바람이 불고 있다. △관광객용 대형 화장실 건설 △원활한 차량소통을 위한 화동고개 평탄화 △지하주차장 건설 등 북촌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이런 와중에 일부 주민들은 북촌을 수용 가능한 한도 내에서만 개발할 것, 유령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북촌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며 개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진행된 ‘북촌 지키기 기금마련 바자회’ 현장을 찾아 반대 운동을 벌이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화동고개. 최근 개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우리 학교 후문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종로 02번 버스를 타고 20분가량 달리면 나오는 재동초등학교.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초등학교 앞에 거대한 현수막 하나가 걸렸다. “개발 좋아하는 구청장님, 주민들과 대화 좀 해주세요.” 이 애절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북촌을 아끼는 사람들’(이하 북아사)이다.
북아사는 지난 4월 종로구청이 ‘화동고개 평탄화 사업’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화동고개 꼭대기에 위치한 원불교 시민선방으로 날아온 공문 내용은, 주민들로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구청에 문의해보니 사업 추진 사유는 ‘차량 시야 확보’였다. 차량 간 접촉사고를 방지하고자 고개를 깎겠다는 말이었다. 주민단체 ‘북촌문화마을가꾸기’에서 제안한 화동고개 평탄화 사업은 지난해 10월 종로구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3억 원가량의 예산을 배정받고 실행을 눈앞에 둔 상태였다.
그러나 가회동과 삼청동을 다 합쳐도 인구가 7000명 정도인 작은 마을에서 4500명의 주민이 서명했다는 이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북아사 측은 “주민들이 서명 명단을 요구하자, 구청으로부터 ‘서류에 4500명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을 뿐 서명 명단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6월 내 정독도서관과 역사박물관 사이에 10억짜리 대형 화장실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기에 재동초등학교 지하 3층짜리 대형 주차장 건립 사업까지 가세하며 북촌 개발 논란은 급물살을 탔다.
주민들은 화동고개를 북촌 개발의 출발점으로 보고 사업 중단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4월부터 매주 계속되고 있는 ‘북촌 지키기 기금마련 바자회’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2일에 찾은 바자회 현장은 더운 날씨에도 서명 운동이 한창이었다. “600년 된 고개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며 호소하는 그들의 말에 많은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김관일 북아사 공동대표는 “많을 땐 하루에만 650명 정도가 서명한다”고 말했다. 시민선방 마당에 차려진 장터에는 주민들이 손수 내놓은 물건들이 전시됐다. 바자회를 찾은 계동 주민 문향란씨는 “이미 추진하기로 확정된 사안이라 해도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의견 교류를 통해 화합의 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개발을 몰아붙이기만 하는 현 구청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터 옆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원서동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유자살롱에서 자발적으로 준비한 이 음악회에서는 유자살롱의 ‘밴드안녕’과 북촌 주민들로 이뤄진 밴드인 ‘소심한 사람들’이 열성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시민선방 내부에선 재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모여 지하주차장 건설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한겨레’에 칼럼을 기고해 화동고개 개발 소식을 알린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도 시민선방을 찾아 “내성천, 밀양도 그렇고 잘살고 있던 주민들을 몰아내는 일이다. 성과주의와 토건 논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어렵사리 목소리를 낸 그들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북촌 화동고개를 지켜달라는 것. 김 대표는 “저희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북촌 전체가 역사가 기린 곳인 만큼 후손들을 생각해서라도 큰 그림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여 명의 주민들이 꾸려가는 북아사 장터는 결코 크지 않았지만, 북촌을 휩쓸고 있는 개발 논리에 뚜렷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 지난 2일, 북촌에 위치한 원불교 시민선방에서 북촌 지키기 기금마련 바자회가 열렸다.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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