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도희 기자 (dhayleykim@skkuw.com)

▲ 지난 6일 KBS본관 앞에서 국정원 정치공작의 '공범자'로 전락한 KBS, MBC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은정 기자 / ejjang1001@

국정원 사태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이 뜨겁다. 6월 말부터 시작된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범국민 촛불집회가 한 달 넘게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 △시민단체 △언론인 △종교인 △청소년 등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건 6월 27일 조직된 국정원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다. 시국회의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213개 시민사회단체의 결의로 시작해 현재는 총 288개 단체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국정조사 실시와 관련자 처벌 및 국정원의 전면 개혁을 요구한다. 국민들 역시 집회에 직접 참여하거나 온라인으로 관심을 표하는 방식으로 시국회의의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은 “여당이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의 참여와 의사를 모으기 위해 시국회의를 조직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민주주의를 밝히는 어린 촛불
청소년들 또한 시국선언 대열에 합류했다. 미래의 유권자로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전국 464개교의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하나둘씩 모여 청소년 시국회의를 자발적으로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시국회의 소속 고등학교 3학년생 정현석 군은 “역사 속에는 언제나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에 앞장섰던 학생들이 있었다. 우리 또한 앞세대의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에 힘이 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717 청소년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원 사태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할 것과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돼서, 현재의 잘못된 일들이 바로잡히기 전까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지난 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수들이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은정 기자 / ejjang1001@

대학교수들, 민주화를 외치다
“40여 년간 쌓아놓은 민주주의가 졸지에 퇴행했다”는 목소리가 국회 앞에 울려 퍼졌다. 지난 5일 매섭게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대학교수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70여 개 대학의 교수 1900여 명은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정원에 대한 진상규명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들의 엄중한 처벌 등을 요구했다. 덧붙여 사태가 지지부진하게 계속될 경우 단식, 성명서 등을 통해 교수대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중앙대학교 장임원 명예교수는 “민주화의 완성은 없지만, 끊임없이 진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퇴보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대학생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독려했다. 각 대학의 동문으로 구성된 민주동문회 역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 학교 민주동문회 소속 강준영 동문은 “대학생들은 그 누구보다 선도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직접 나서서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권력과 영합한 언론에 대한 도끼질
시민단체들은 국정원 관련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방송사들을 규탄하러 나섰다. 지난 6일 KBS 본관 앞에서 KBS, MBC의 편파·왜곡 보도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참여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참여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의 단체들은 두 공영방송사의 언론보도 행태를 비판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에 대한 침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KBS, MBC 등의 주요 방송사들이 국정원 사태를 보도하지 않거나 관련 보도를 후반배치해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SNS를 통해서 국민들 사이에 알려졌고 상당한 시일이 지나서야 언론에서도 일부 보도되기 시작했다. 각 단체 대표들의 발언에 이어 현재의 잘못된 언론보도 행태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힘찬 도끼질에 KBS·MBC·YTN 세 방송사의 이름이 적혀있는 텔레비전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민언련의 유민지 활동가는 언론보도가 이토록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언론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권력과 위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청계광장 촛불집회에서 만난 한국외국어대학교 권우희 학생은 “닭의 목을 비튼다고 새벽이 오는 것을 막지는 못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참여한다면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사태를 해결하기 전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거리의 촛불들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