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국정원 전면 개혁하라! 개혁하라! 개혁하라!”
지난 3일 찾은 서울 청계광장은 3만 여명(경찰 추산 4000명) 시민들의 구호로 가득 찼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3만 명의 함성은 밝게 타오르는 촛불로 변해 광장을 꽉 메웠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인터넷 댓글 조작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을 규탄하기 위해 지난 6월 21일부터 이어진 범국민 촛불집회는 이날로 5회째를 맞았다. △수능보다 현 국가 사태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는 고3 수험생 △언론 보도가 제대로 안 되는 거 같아 직접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대학생 △조사를 질질 끄는 게 답답해서 나왔다는 직장인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한편 동아일보 사옥 앞쪽에서는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18대 대선을 8일 앞둔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요원들이 인터넷 댓글 작업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민주당의 신고를 받고 강남의 한 오피스텔로 경찰들이 출동했다. 경찰은 43시간에 걸친 대치 끝에 안에 있던 국정원 여직원을 체포했다. 장시간 대치한 사건을 두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여직원을 감금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민주당은 여직원이 증거 인멸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문을 열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직원을 체포한 경찰은 대선을 사흘 앞두고 수사 3일 만에 ‘국정원에서 댓글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중간발표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지난 1월 경찰은 말을 바꿔 해당 요원이 대선 관련 글에 288회 찬반 표시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대선과 관련한 여론 조작 게시물을 올린 것을 확인했다고 재발표 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4월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여직원을 비롯한 4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 관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국정원 특별수사팀을 꾸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소환하고 국정원 압수수색 등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원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및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금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발표된 수사 내용에 따르면 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009년 3월 국정원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확대 개편하고, 요원들에게 인터넷 댓글 작성 등을 지시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정치 관련 글 1700여 건을 작성한 것을 확인했고, 그중 야당과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73건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발표를 서두르고 수사 결과를 뒤바꾸는 등 의혹이 불거졌던 경찰 수사 과정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검찰은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하라며 국정원 댓글 수사를 축소 은폐 지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지난 3월 여야는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검찰 수사가 완료된 7월부터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국정조사 기관보고 공개 여부를 두고 난항을 겪자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조사에 무단 불참하며 파행을 거듭했다. 한 달여의 답보를 거듭한 끝에 지난 8일 국정조사 기간 연장 합의로 조사 기간이 15일에서 23일로 연장됐으나 여전히 증인 채택과 장외투쟁 등을 놓고 여야 간에 갈등을 빚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