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지난 호 사회면에서는 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토협)에 대해 소개했다. ‘꿈꾸는 청년들의 연대은행’을 내걸고 지난 2월 첫발을 내디딘 토토협은,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청년들을 위한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재무상담은 △진찰 △진단 및 처방 △처방에 따른 한 달간의 생활 뒤 점검으로 이뤄진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기자의 재무상담 체험기를 다룬다.

‘신혜연님을 위한 희망설계 제안서’. 진찰로부터 2주 뒤에 얻은 토토협의 진단 및 처방이다. 1차 재무상담을 받은 기자는 돈 관리에 대한 무지를 깨닫고 초조한 마음으로 처방전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토토협 사무실에서 그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진단 : 수입 일정화 하고 저축 계획 수립해야 
진단은 크게 △현금흐름표 △분석내용 △총평으로 나뉘었다. △수입 △비정기수입 △정기지출 △비정기지출 등의 항목으로 이뤄진 현금흐름표엔 지난 상담 때 가늠했던 예상 지출 수치가 적혀 있었다. 현재 기자의 대략적인 수입과 지출을 보여주는 자료였다. 분석내용은 △수입 △지출 △저축 면의 실태와 제안을 담았다. ‘수입’ 면에서는 정해진 날짜에 용돈을 받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부모님과 기자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지출’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평가하는 습관이 필요했고, ‘저축’ 면에서는 향후 독립을 위한 비상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지출통제를 통해 저축계획을 수립하도록 노력해야 했다. ‘총평’에서는 현재 상태를 △자산&소득&일 △주거안정 △위험대비 △노후준비로 나눠, 전반적인 기자의 재무상황을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교 2학년인 기자는 무리하게 저축하려 애쓰기보다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이는 곧 노후대비책이기도 하다. 억 단위의 돈을 마련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장기적으로 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노후대비라는 것이다. 보험 역시도 공포 마케팅에 휘둘릴 것 없이 최소한의 실비보험이면 충분하다는 진단이었다. 그러나 주거안정 면에서는 부모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독립을 준비하며 저축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처방전 : 통장관리의 매력에 빠져봐
처방전은 좀 더 구체적인 실행전략이다. △보험 △정기지출 조정 △비정기지출 조정 △우리 집 통장 시스템 △라이프 사이클 및 발생 가능 위험 △우리 집 재무목표 우선순위 수립 △나의 통장 시스템 등 총 7가지 실행전략이 제시됐다. 지출 조정은 실제 가계부를 써 본 뒤에 고려해 볼 부분이었다. 꾸준히 가계부를 써나가면서 자신의 지출 상황을 점검하고 감액 및 증액하는 식의 관리가 필요했다.
‘통장 시스템 전략’에선 지출을 △고정비 △기본생활 △지금행복 △미래행복 △비정기지출로 나눈 뒤 별도로 통장을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실생활에서 통장을 △소득, 고정비 지출 △기본생활, 지금행복, 관계행복 △비정기지출 △미래행복으로 나눠 관리하면 특정 기간에 몰려 지출되는 비정기지출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정기지출 통장에 매달 꾸준히 저축함으로써 정기지출로 감당할 수 없는 비용까지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미래행복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전거가 필요하다면 자전거를 위한 통장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매달 쌓여가는 저축액을 보며 목표에 접근해가는 성취감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통장관리의 매력이라고 상담사는 설명했다.
‘라이프 사이클 및 발생 가능 위험’은 인생을 놓고 볼 때 소득이 발생할 상황을 예측해보고 꿈에 다가가기 위한 인생 계획을 세우는 부분이다. 상담사는 당장 필요한 절차는 아니지만, 인생계획과 경제생활이 따로 갈 수 없는 만큼 틈틈이 작성할 것을 권유했다. ‘우리 집 재무목표 우선순위 수립’ 난으로 넘어가자 비상자금이 항목의 제일 위 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상담사는 “비상자금은 우리 집 재정의 완충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존재”라며 “생활비 1개월 치 정도의 비상금만 있어도 든든한 기분과 함께 예측 불가능한 지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질적 조언: 쪼갤수록 쉬워지는 지출 관리 
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데 있어 예산을 주 단위, 일단위로 쪼개면 좀 더 수월하다는 조언을 줬다. 예를 들어 한 달 예산이 32만 원이라면 이를 4주로 나누면 하루 만 원 정도를 지출할 수 있다. 이렇게 일주일 단위로 묶으면 7만 원을 일주일이라는 기간 내에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출할 수 있고,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담사는 끝으로 본인의 지출 내역을 보며 자신의 행복에 따라 특정 항목에 예산을 더 분배함으로써 한정된 자원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계부의 의미라는 점을 되새겼다. 다음 관리상담 날짜를 한 달 뒤로 잡고 토토협 사무실을 나오는 마음은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기다릴 때와는 달리 한결 가볍고 즐거웠다. 벌써부터 변화가 기다려진다.

용돈 기입장 한 번 써 본 적 없던 기자의 한 달 치 가계부가 완성됐다. 깔끔한 정산은커녕 항목 구분조차 안 돼 있었지만, 지출이 빼곡히 적힌 칸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앞섰다. 처음에는 날마다 지출을 기록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이틀, 삼일씩 잊고 지내다 몰아서 작성하기도 했다. 영수증을 긁어모아 겨우 채워내긴 했지만, 기사를 써야 한다는 압박이 없었다면 마지막 날까지 가계부를 채울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본격적인 관리상담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지출 기록을 항목별로 결산했다. 자신이 만족감을 느끼는 항목의 지출을 늘리기 위해 다른 항목들을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지출 내용은 △고정비 △기본생활 △지금생활 △지금행복 △관계행복 △미래행복 △행사 △비정기 지출 △배우자 관련 지출 △자녀 관련 지출 △부채상환 등이었다. 가계부를 처음부터 살펴보며 각 지출이 어떤 항목에 해당하는지 헤아렸다. 항목에 대한 구분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지금행복’일 커피가 다른 이에게는 ‘기본생활’ 일수 있었다.
지출 내용은 △고정비 5만 원 △기본생활 73,650원 △지금행복 65,500원 △관계행복 17,500원 △미래행복 5000원 △비정기 지출 187,500원으로 나타났다. 총지출은 39만 원가량이었다. 지난 상담 때 예측한 지출보다는 적었으나 예산으로 잡은 30만 원 보다는 많은 금액이었다. 지난번 상담가의 조언에 따라 용돈 협상을 진행한 결과, 시범적으로 30만 원을 A통장에 받기로 했다. 이를 가지고 한 달을 생활해 보니 다소 부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상담가는 “다음 달에는 적어도 5만 원 가량 더 받거나 생활비를 30만 원 이내로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첫 가계부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기본생활 지출은 예상보다 적었으나 지금행복과 관계행복은 예산을 초과해 예산 조정이 불가피해 보였다. 상담가는 “3개월 이상 가계부 작성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적절한 예산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 “원하는 항목 지출을 늘리면서 다른 부분의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을 지키지 않았다가 재정부담을 겪기도 했다. 비정기지출 통장을 마련하지 않아 여름휴가 부대비용을 정기지출 예산 내에서 해결해야 했다.
잃어버린 재정 주체성을 되찾는 길은 쉽지 않았다. 몇몇 처방은 게으름 때문에 미처 실천하지 못해 낭패를 봤다. 하지만 새로운 가계부를 다시 받아들고 토토협 사무실을 나서는 마음은 한 달 전과 같은 설렘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꿈에 한 발짝 가까워질 미래를 생각하는 일은 가계부 작성의 귀찮음과 통장 분류의 번거로움을 보상하고도 남았다. 돈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은 돈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현명한 소비와 재정 계획이 필요했다. 토토협과의 재무상담을 통해, 돈 관리 문외한인 기자도 비로소 스스로 계획한 삶을 향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