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황현희(경제12)
지금까지 대중가요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음식을 꼽아보자면 단연 ?빙수?가 떠오른다. 가수 윤종신이 녹지 말라고 간절히 애원하던 노래 ?팥빙수?부터 최근엔 모 제과점의 홍보 전략임을 알면서도 귀여운 악동 남매의 매력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콩떡 빙수?까지. ‘버블티 열풍’이라는 둥 말이 많지만 아직 대한민국에선 빙수가 여름을 대표하는 국민 디저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 시내를 걷다 보면 스무 걸음에 한 번씩은 꼭 빙수를 전면에 내세운 카페나 음식점들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빙수들은 생김새부터 맛까지 각양각색이다. 얼음 위에 팥과 떡을 올린 고전적인 팥빙수부터 상큼한 과일을 올린 과일 빙수, 일반 얼음이 아닌 우유 얼음이 들어간 빙수가 있는가 하면 팥 대신 완두콩이 올라간 이색적인 빙수들도 있다. 그야말로 빙수들의 개성시대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색다른 빙수들을 접할수록 오히려 궁금해지는 것은 빙수의 본모습이다. 온 국민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빙수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빙수의 정확한 기원은 알기 어렵지만, 고대 중국인들이 기원전 3000년경부터 눈과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선 조선 시대 무더운 여름철, 현재 용산구에 있는 서빙고(西氷庫)에서 얼음을 꺼내 관원들에게 나눠줘 더위를 가시도록 했다고 한다. 당시 관원들은 얼음을 귀히 여겨 잘게 부수어 화채 등의 음료에 넣어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에선 시원하고 달콤한 것으로 더위를 달랬나 보다. 그렇다면 서양은 다를까? 서양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이 더위와 피로에 지친 병사들에게 산 정상의 눈을 퍼와 그 위에 꿀과 과일, 그리고 우유를 섞어 먹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렇다면 빙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팥빙수?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언제일까? 바로 일제강점기다. 일본에선 잘게 부순 얼음 송이 위에 단팥죽을 식혀 올려 먹었는데, 후에 이것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여러 가지 과일과 젤리, 저민 떡 등이 첨가돼 지금의 화려한 팥빙수가 됐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의 차이에 따라 팥빙수를 먹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는데, 한국에선 골고루 섞어서 떠먹지만 일본에선 가볍게 휘저어 떠먹는 것이 예절이라고 한다. 비빔밥과 덮밥의 차이로 이해하면 쉽다.
다양한 시공간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빙수를 보고 있자니 유리그릇 가득 담뿍 담겨 있는 빙수가 왠지 든든하다. 예부터 변함없이 더위를 날려줄 빙수가 없었다면 여름이 오는 게 두려웠을지 모른다. 가수 윤종신의 ?여름엔 빙수가 왔다야?라는 표현이 새삼스레 와 닿는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빙수라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든든한 속도 단 번에 뒤집어놓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