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우 기자 (jwjang2@naver.com)

최근의 좀비영화는 좀비바이러스의 확산을 통한 인류의 위기를 주로 다룬다. 사실 과학적으로 좀비바이러스의 실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 채 높아지고 있다.
좀비는 단순히 공포영화의 아이템으로서 오락성 소재에 불과할까? 좀비의 이면에 존재하는 학술적 담론들을 파헤쳐 보자.
먼저, 사회 현상의 한 측면으로 좀비를 이해할 수 있다.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는 기존 과학 체제를 전복시키는 존재다. 이들은 예측 불가능한 현실사회와 대응돼 인류의 종말론적 불안을 상징한다. 이는 2007년 개봉한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 잘 나타난다. 좀비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으로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 가운데,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한 명인 주인공 네빌은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영화에서 좀비는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지녔음은 물론, 잔인하게 싸우고, 높은 수준의 지능을 지닌 존재다. 이는 인간들에게 묵시록적 공포의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좀비전문가 김봉석 문화평론가는 “좀비로 대변되는 종말론적 불안은 기존 경제학 모델들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회의적으로 부상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사회 내에서, 영화 속 좀비는 한 치 앞의 미래도 예견할 수 없는 절대공포를 비유하는 것이다.
또한 좀비는 무비판적으로 세태의 흐름에 편승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좀비의 모습을 창조해 낸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시리즈 중 '시체들의 새벽'은 소비자본주의에 포섭된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정진 서울대 박사는 영화에서 살아 있을 때의 기억에 이끌려 소비사회의 상징인 쇼핑몰로 몰려오는 좀비들의 행렬이 이러한 점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또한 현대인은 인터넷과 SNS에 중독된 수동적인 존재로 무의식적인 일상을 반복한다. 이에 대해 김 평론가는 “현대인은 대중 매체에 중독돼 주어진 것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좀비와 같은 존재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좀비는 다양한 사회 현상을 담아내고 무비판적이며 수동적인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일차원적인 오락성 그 이상의 학술적 의미를 지니는 좀비. 한창 더운 여름, 땀도 식힐 겸 좀비 영화를 보며 그 이면에 담긴 다양한 주제들을 한 번 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