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관객님, 현대미술 전시 보러 왔다가 많이 당황하셨어요?”
흔히 현대미술은 ‘그들만의 세계’로 불리며 다가가기 힘든, 이해하기 힘든, 그래서 때로는 지루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 지루함을 해소해 줄 전시가 바로 여기 있다. 전시에 ‘경쟁’ 구도를 도입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올해의 작가상 2012?부터 시작해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 전시는 4명의 작가가 경쟁하는 흥미진진한 형태로 진행된다.
현대미술, 대중과의 소통을 꿈꾸다
사실 ?올해의 작가상?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존부터 있었던 전시로, 매년 개인전의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던 중 2011년을 맞아 미술관 차원에서 ‘SBS문화재단’과 손을 잡고 새로운 시도를 계획했다.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한 전시를 기획해보고자 한 것이다. 김경운 *학예연구사(국립현대미술관)는 “대중들이 현대미술이라는 장르를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자 ‘경쟁’ 컨셉을 도입했다”고 기획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경쟁전은 이런 방식
전시는 크게 두 부분, 후보 작가 선정과 작품 전시회를 통한 최종 우승자 결정으로 이뤄진다. 선정 과정의 공정성은 기획 단계부터 미술관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다. 내부에 전시 운영위원회를 따로 둬 이곳에서 작가 ‘추천단’을 위촉하면, 추천단에서 10명 내외의 작가를 선별한다. 그리고 운영위원회에서는 국내외 인사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을 위촉하고, 그 심사위원들이 후보 작가부터 전시 후 최종 우승자 선정까지 담당한다. 후보 작가로 선정되면 4000만 원의 상금과 약 반년에서 1년 사이의 전시 준비 기간이 주어진다. 올해의 경우 2월에 4명의 후보인 △공성훈 △신미경 △조해준 △함양아 작가가 선정됐고, 전시는 7월부터 이뤄지고 있다.
그들의 경쟁에는 이유가 있다
‘경쟁전’이라는 색다른 시도에 미술계의 우려 목소리도 있다. 예술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경쟁’이라는 구도와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작가상?전의 경쟁 구도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장치일 뿐,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다. 실제로 후보 작가에 선정되면 모두에게 거의 동등한 최종 우승 작가와의 차이도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학예연구사는 “전시에서 우승을 누가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관객들이 하나의 축제처럼 즐기는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그들의 경쟁을 이유 있는 ‘착한’ 경쟁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현대미술계의 신개념 축제로 자리 잡을 ?올해의 작가상?전, 그들의 색다른 경쟁 레이스가 궁금하지 아니한가.
 

◇학예연구사=각급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나 기획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학예 종사자를 가리키며, 보통 학예사(學藝士) 또는 큐레이터(curator)라고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