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우 기자 (tim8487@skkuw.com)

▲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정치적 통찰력, 시민적 자유, 그리고 민주적 리더십을 강의한다 / ⓒpalazzo vecchio
'군주론'이 집필된 지 올해로 500주년이다. 책은 정치의 본질인 ‘힘’에 대한 통찰을 핵심으로, △국가의 형태 △군대의 조직과 유지 △올바른 군주의 자질과 능력 등을 다룬다. 그동안 '군주론'은 정치학 분야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책 중 하나로 그 지위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책과 저자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 역시 많았다. 본 기사에서는 기존의 오해와 새로운 시각을 소개해 마키아벨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바를 알아보고자 한다.

'군주론'은 1513년에 이탈리아에서  쓰인 책으로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을 논한다. 그런데 고전으로 자리잡은 '군주론'은 항상 논쟁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군주론'의 정치학적 오해
마키아벨리가 강력한 전제 군주를 옹호했다는 담론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으며 이는 충분한 타당성을 지닌다. 책 전반에 걸쳐 그는 군주제를 다룬다. 그의 주장은 기독교 윤리의식을 지녔던 동시대 및 후대 사람들에게 비판받아왔으며 가톨릭교회의 금서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마키아벨리는 독재자를 양성시킨 철학자의 이미지로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마키아벨리의 정치적인 특성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마키아벨리가 현실주의자로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치 모델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군주론'에서 1인 리더십을 제시한 이유는 당시 이탈리아가 직면했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고, 시간이 흐른 뒤 그가 저술한 '리비우스 논고'에서는 공화정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제시한 국가 모델이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전제 군주를 뜻하지 않는다는 해석 또한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인들은 1인 군주에 의한 통치를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이라 여기며 군주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지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 전문가인 부산대 곽차섭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시대에는 왕국이나 제국이 본인의 소유물이 아닌 공적인 사유물로 간주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문학으로 이해한 마키아벨리
우리는 ‘마키아벨리스트’라는 단어에 담긴 오해도 풀어야 한다. ‘마키아벨리스트’는 권모술수에 능통한 자를 뜻하며 이는 마키아벨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함의를 내포한다. 국내 마키아벨리 권위자인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윤리연구소장은 “마키아벨리가 보편적인 윤리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는 윤리적인 지적을 넘어 옳은 목표를 지향했다”며 마키아벨리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마키아벨리의 목표는 공공의 이익 증대였으며, 그 의도는 선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따라서 그의 과격한 방법론적 측면 몇 가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의 사상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오해를 극복하고 마키아벨리의 삶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시각이 있다.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 출간한 '마키아벨리'는 그의 약자로서의 삶을 부각한다. 그는 아버지가 세금 미납자였기에 어린 시절부터 가난 가운데 자라났으며, 조국 피렌체가 약소국이었기 때문에 약자의 서러움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게다가 평생에 걸쳐 충성을 바쳤던 조국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고문을 당하고 공직에서 쫓겨났다. 이런 관점을 담아 저술한 책이 '군주론'이다. 결국, 마키아벨리는 책을 통해 약자였던 자신의 생존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과격한 방법론에 대한 지적도 그가 본질적으로 추구했던 목표와 전체적인 삶의 맥락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마키아벨리가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
이렇게 오늘날까지 뜨거운 논쟁거리인 마키아벨리가 우리 시대에 어떤 점을 시사할까? 먼저 우리 대학생들은 마키아벨리로부터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곽 소장은 “마키아벨리는 강자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한 학자”라고 말한다. 사회 구조상 상대적 약자인 대학생들이 마키아벨리의 혜안을 통해 불합리한 제도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생뿐만이 아닌 모든 세대를 아울러 독자들은 ‘힘의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의 기본을 배울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정치적 통찰력, 시민적 자유에 대한 안목, 그리고 민주적 리더십을 강의한다. 이제 막 새 학기가 시작하는 시점,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기르기 위해 '군주론'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