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 동아시아학술원과 한림과학원 연구원들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3일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과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이 ‘개념으로 보는 해방 전후사-문학·정치·일상’을 주제로 공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최근 국내 학계에서는 개념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은 연구동향에 발맞춰 2008년부터 동아시아 개념사 연구를 진행해왔다. 작년엔 기초 자료 구축의 일환으로 '개념과 역사, 근대 한국의 이중어사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에 개최된 공동 워크숍은 개념사 연구의 또 다른 성과다. 개념사 연구는 방법론과 관련 자료 구축에 이견이 많아 다른 연구소와 성과를 나누며 연구 폭을 확장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개념사란 민중들이 사용한 개념의 변화양상을 연구해 당시 역사를 복원하려는 연구방법이다. 개념사 연구자들은 민중들이 개념을 통해 그들의 경험과 기대를 표현한다고 생각하고 개념을 분석해 민중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재구성한다. 본지 1443호 학술면에서는 이와 관련해 개념사적 연구를 구체적으로 다룬 적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 주목한 '해방기'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추구함에 따라 한 개념이 다양하게 사용된 격동의 시기였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정치이념을 추구하는 집단 간에 같은 용어를 다르게 개념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워크숍에서 발표된 한 연구는 ‘민주화시키다’라는 용어의 형성 배경을 위의 현상으로 설명했다. 최근 한 아이돌 가수의 민주화 발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인식 차이는 '군중'의 개념 변화에서 시작된다. 해방 초 '군중'은 이념을 구축하기 위해 자유롭게 모인 집단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1946년 대구 10·1사건을 기점으로 통치자들은 ‘군중’의 개념을 위험하고 두려운 집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이후 매체 대부분은 ‘군중’을 ‘폭도’로 대체했다. 이런 ‘군중’ 개념의 변화양상에서 과거 미군과 남한정부로 대표되는 우익세력이 민중들의 시위운동을 부정적으로 파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익세력은 직접적 주권 행사 방식인 시위운동을 거부했지만 5·10 총선거 같은 간접적 주권 행사 방식은 합법적으로 인정했다. 연구자는 좌익과 우익이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 방법을 다르게 주장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두 세력은 끊임없이 대립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획일화하다’, ‘억압하다’라는 의미의 ‘민주화시키다’는 당시 우익의 입장에서 군중의 힘으로 시위 운동을 벌이는 좌익을 비난한 논리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석 과정은 각 세력이 정립한 민주주의 개념을 통해 그들의 사고방식을 파악하려한 시도였다. 해방기 역사의 행위주체였던 두 세력의 입장에서 생생한 역사를 복원하려 한 것이다.
워크숍에선 △공산주의 △과학 △농민과 토지 △유행어 △통속 개념을 통해 해방기 전후의 다양한 면모를 짚어보는 연구들도 발표됐다. 전고운(동아시아학과 석사과정) 원우는 "개념사의 흐름이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됐다"며 참석 소감을 밝혔다. 황호덕 교수는 "정기적 학술 교류의 최종 목표는 동아시아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역사적 사건들을 분석해 개념지도를 그려내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