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김효신(사과계열13)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과 냉면집을 가게 됐다. 그녀는 같이 있으면 즐겁지만 냉면집을 갈 때만큼은 피하고 싶은 친구다. 그녀에겐 물냉면 앞에서만 발휘되는 독특한 식성이 있다. 일명 미각파괴자. 남들은 대여섯 방울만 넣을 식초를 그녀는 거의 병째로 들이 붇는다. 냉면에 식초를 넣은 건지, 식초에 냉면을 넣은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당황해 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 평소보다 자제했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식초를 사랑하는 그녀만큼은 아니어도 요샌 다들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찾는다. 라면, 부대찌개, 짬뽕, 닭볶음탕, 낙지볶음 등 맵고 짠 음식은 특히 인기가 많다. 매콤달콤 매콤새콤한 양념,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은 모두가 사랑하는 먹거리가 아닌가. 고춧가루와 소금간이 주는 매력은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래도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 깊이 우러나오는 육수 맛을 느껴가며 먹어야 물냉면을 제대로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식초 향이 육수 고유의 맛을 묻어버린다면 어느 냉면을 먹어도 맛은 비슷할 것이다. 재료의 맛을 가려버리는 진한 양념은 피하도록 하자. 양념이 지나치면 원재료의 맛을 덮어버려 재료의 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양념치킨을 먹으러 갔는데 고기 씹는 질감에 소스 맛만 느끼고 왔다면 문제가 있다. 소스 덕에 치킨은 맛있게 먹었을지 몰라도 질 나쁜 재료가 내 건강을 해쳤을지도 모른다.
자극적인 음식은 나트륨 함유량이 높아서 건강에 특히 나쁘다. 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일일 섭취 권장량은 2000mg인데 반해 한국인은 4900mg을 섭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준치에 거의 2.4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국인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고추장, 간장, 된장을 이용한 국물 요리와 찌개류를 자주 먹는데다 인스턴트 음식까지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염식단의 문제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중요한 만큼 다시 한 번 새겨듣자. 지속적인 나트륨 과다 섭취는 고혈압, 위염, 위궤양, 동맥 손상 등의 질병들로 이어진다. 한창 건강할 20대엔 괜찮을지 몰라도 앞으로의 건강을 생각해서 주의하자. 내 몸 건강은 내가 끝까지 챙겨야 할 것 아닌가. 자극적인 음식은 식욕을 부추겨 과식을 유발하기도 하니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자제하자. 또한 자극적인 음식 중엔 술안주가 많으니 특히 조심하자. 매콤한 양념에 소주 한잔은 위 건강에 치명적이다.
벌써 9월이다. 이제 슬슬 더위가 가시고 선선해지면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온다. 올 가을엔 다 같이 자극적인 음식은 제쳐두고 제철 농작물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물냉면에 식초는 좀 그만 뿌리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