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캠 만남- 소설가 김재영(가정관리85) 동문

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 김재영(가정관리85)동문이 그녀의 소설 '코끼리'와 '폭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이영준 기자 spiritful45@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문학적으로 승화해 문단의 극찬을 받는 소설가가 있다. 그녀는 끊임없이 우리 사회와 소통하며 문학적 영감을 얻는다. 그녀는 우리 학교를 졸업한 김재영(가정관리85) 동문이다.
김 동문은 중?고등학교 시절 꾸준히 문예반 활동을 할 만큼 문학에 푹 빠져있는 학생이었다. 그런 그녀의 창조적 열정은 대학 시절에도 여과 없이 표출됐다. 그녀는 '성균 극회'의 배우로 활동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한편 그녀가 대학교 3학년이었던 1987년 당시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다. 격동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교에 다니던 그녀는 우리 사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회과학 공부에 매진했다. 배움은 자연스레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졌고 실제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기도 했다. 그녀는 "대학 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유한 세계관이 자리 잡혔다"며 지금의 문학적 기반이 쌓인 배경을 설명했다.
그녀의 대표작 ?코끼리?는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렸을 뿐 아니라 영어로 번역돼 해외도서관에 납품됐다. 그녀가 ?코끼리?의 중심소재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그녀는 지하철에서 마주친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삶에 궁금증을 느꼈다. 이후 이주노동자 주거지역과 상담소를 찾아다니며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그녀의 끈기 있는 취재 결과 '코끼리'에서는 네팔 이주노동자 가족들이 차별받는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힌두교 신화에서 코끼리는 창조주의 실수로 신분이 격하돼 우주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그녀는 평화로운 히말라야에서 태어났지만 후미진 공장지대에서 비참한 삶을 사는 주인공을 코끼리에 비유했다.
그녀는 '코끼리' 집필 이후 1년 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한인 이주민의 삶을 지켜본 그녀는 관심의 영역을 더욱 확장했다. 그 결과 탄생한 소설이 '폭식'이다. '폭식'에서는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 이주민들의 삶을 묘사한다. 폭력적인 강자의 모습을 한 뉴욕에서 한인 이주민들은 온갖 차별로 고통받는다. 그녀는 모든 것을 흡수해버리는 강자의 행태를 ‘폭식’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프랑스 혁명 이후 발달한 근대 소설은 자유·박애·평등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며 소설 그 자체로 도덕적 가치를 표현해야 함을 강조했다. '코끼리'와 '폭식'에는 그녀의 이런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그녀는 대학 시절 생활과학대학 회장으로 지내면서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졸업 이후에도 우리 학교 민주동문회의 동문회보 편집을 맡는 등 학교 관련 일을 도맡아 했다. 그녀는 모교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대학시절엔 삶의 기초가 되는 사회, 예술, 철학 같은 기초교양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며 취업난 때문에 학생들이 눈에 보이는 스펙만 추구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올해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 동안 문학 공부에 매진하느라 작품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소설 집필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현재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는 내년쯤 신작을 갖고 돌아올 것이라 말했다. 앞으로의 출간계획을 설명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