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사다리 걷어차기’란 표현이 있다. 장하준 교수가 본인의 저서 제목으로 사용한 해당 용어는 책의 유명세와 함께 관용어로 자리 잡았다. 장 교수는 해당 저서를 통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시절 선택했던 정책과 제도가 현재 개발도상국에 의해 채택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논지를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이 이용할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은유적 표현으로 나타냈다.

요즘 필자는 ‘사다리 걷어차기’ 현상이 경제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본교 학생 사회에서 해당 표현에 부합하는 일면을 발견해서다. 최근 학생 사회를 둘러보면, 일반 학우에서 학생 대표자로 거듭난 이들이 학우들을 위한 ‘사다리를 걷어차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즉, 학생 대표자들이 일반 학우가 학생 사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거나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 지난 9일과 13일에 진행된 인사캠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도 ‘사다리 걷어차기’적 요소들이 발견됐다. 확운과 전학대회는 한 학기 학생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엔 장소에 대한 공지부터 확운은 개최 당일, 전학대회는 개최 전날에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뤄져 학우들이 해당 자리에 참석하기 어려웠다. 이번 전학대회 때 새롭게 도입된 좌석배치도에는 프레스석을 제외하곤 참관석이 부재했다. 회의 진행 과정에서도 일반 학우 참관인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총학생회 업무 보고는 누락돼 평소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든 학우가 고려되지 않았다. 안건 투표도 학생 대표자들만 초대된 카톡방에서 이뤄져 일반 학우들은 상황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

‘사다리 걷어차기’ 현상은 다른 측면에서도 목격된다. 인사캠 총학생회칙 제1장 제5조 ‘회원의 권리와 의무’의 제4항에 따르면, 학우들은 총학생회의 ‘운영 및 집행 전반에 관해 보고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인사캠에서 해당 권리는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학기 중 거의 매주 열리는 인사캠 중운회의 회의록은 어느덧 9월 중반에 이른 지금까지도 겨우 30여 명 남짓의 회원만 가입돼 있는 2013년도 인사캠 중앙운영위원(이하 중운) 카페에만 업로드 된다. 학우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공개된 홈페이지에 중운회의 회의록을 올리는 자과캠과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인사캠 중운회의 회의록이 과도하게 간략히 기록돼 있어 논의 내용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 학생 사회 내 무관심이 고질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학우들의 무관심에 대한 서운함을 호소하기 이전에, 그들에게 학생 사회로 건너올 ‘사다리’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