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H투어 3박 5일 방콕 패키지여행의 가격은 39만 9천 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각종 팁 △별도의 관광 옵션 △쇼핑 △유류할증료 등까지 더하면 100만 원 안팎의 돈으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 기존 패키지여행은 발품 팔지 않고도 좋은 리조트에서 묵으며 편하게 여행할 수 있기에 합리적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서 누군가가 이익을 보면, 다른 누군가는 그 이익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약탈적인 기존 패키지여행
저렴한 패키지여행은 관광 지역과 그 지역주민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착취를 바탕으로 한다. 여행에서 관광객이 쓴 돈은 관광 지역의 경제로 들어가지 않고 다시 외부로 유출된다. 제3세계 관광분석가 린드버그는 이렇게 새어나가는 수익의 비율이 평균 55%에 달한다고 말했다. 여행 중 이용하는 식당과 숙박시설이 외국자본이 개입한 다국적 기업의 소유여서다. 사회적으로는 관광 지역의 성매매산업, 코끼리 트랙킹과 같은 동물 학대 사업을 번성하게 한다. 또한 각종 관광 시설을 세우는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물·전기 자원도 낭비된다.

소통하는 공정한 여행
이런 약탈적인 여행에 반대하는 대안적인 여행이 있다. △지속가능한 여행 △에코여행 △책임여행 등 다양하게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정여행’으로 통한다. 공정여행은 기존 여행이 낳는 문제들을 최소화하면서, 여행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자 한다. 공정여행 기업 ‘트래블러스맵’ 사공영익 팀장은 “여행은 관광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문화와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 지역에 수익을 주고자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및 식당을 이용하고, 지역 환경을 위해 걷는 여행을 한다. 또한 관광 지역의 문화를 현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현지 주민의 가이드를 받는다.
이런 흐름은 1988년 영국의 여행 NGO 단체 ‘투어리즘 컨선’이 관광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2007년 이후 NGO 단체들을 중심으로 공정 여행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2009년 국내 첫 공정여행 기업 ‘착한 여행’이 생긴 이후 2009년 ‘트래블러스맵’, 2010년 ‘공감만세’ 등 공정여행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트래블러스맵은 국내 첫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으로 회원 수 3천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청년 사회적 기업인 공감만세는 대전을 기반으로 해 ‘지역과의 소통’을 중시한 공정여행의 가치를 추구한다.

마을 살리는 국내 공정여행
국내 공정여행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발생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한다. 지역 경제를 살리면서, 지방 고유의 문화를 지키려 하는 것이다.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식당과 숙박 시설을 이용하고, 현지 주민의 가이드를 받는 등 현지인과의 만남을 중요시한다. 공감만세의 강성일 사무국장은 “이런 만남을 통해 마을 고유의 가치가 옛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소중한 것임을 알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공감만세의 ‘원도심 공정여행’, ‘가을 북촌 여행’과 트래블러스맵의 ‘청산도 감성 여행’, ‘동강 트랙킹’ 등이 이런 취지를 잘 담고 있다. 트래블러스맵의 청산도 여행 가이드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는 법을 가르치는 홍진선 사진작가다. 그는 도시만을 꿈꾸고 고향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청산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알려주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현지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가이드와 함께 해서인지, 여행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정여행의 가치를 정리해달라는 말에 사공 팀장은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 여행”이라고 답했다. 행복한 사회는 여행이라는 작은 실천으로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