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벌써 만 4년째에 들어서는 본인의 특강 ‘학문하는 자세와 영어로 논문쓰기 전략특강’에서 본인이 빠뜨리지 않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 바로 ‘자생학문에 기반해 지식식민주의에서 벗어나자’다. 이는 특강의 주제로서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의 내 삶을 있게 만든 자그마한 결산의 의미도 담고 있다. 그래서 내겐 이 주제가 너무 귀하고 소중하다. 특히 인문사회 계열의 대학원 측에서 나를 초청해주는 경우 나의 기대는 더욱 크다. 심장이 뛰고, 특강 시간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다. 작은 콘서트의 현장에서처럼, 청중과 영적·학문적으로 교감하는 그 순간의 느낌을 알기 때문이다. 특강에서 나는 늘 자신의 서류가방이 도난당하는 것도 모른 채, 신문을 읽고 있는 어느 신사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일간지 전면광고를 이용한다. 반복하지만, 이 광고가 내게는 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를 환기하기 때문이다.
지식식민주의! 우리 같은 먹물지식인과 지식인 노동자들이 극복해야 할 벽이다. 이 벽은 내게 단순히 넘어야 할 장애물을 뜻하는 메타포로만이 아니다. 대신 이 벽은 그 너머에 펼쳐질 새롭고 창조적인 생각 덩어리를 내가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과 의무감을 환기해준다. 그러므로 나에게 이 벽은 현실의 치열한 글쓰기가 벌어지는 영토다. 단순한 정보 나열식 논문쓰기가 아닌 플롯이 담긴 예술작품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먼저 우리에게는 자생학문을 키우고, 이를 돌볼 아량과 격려의 자세가 절실하다. 물 건너온 것에 대한 선망과 맹목적인 추종은 역겹다. 이에 기죽는 것은 더욱 굴욕적이다.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할 일인데도 말이다. ‘-이즘’과 ‘-로지’의 현학스러움에 남몰래 숨겨둔 콤플렉스를 털어버리고, 우리의 목소리를 면도날처럼 꺼내 보이자.
아울러 우리는 김광규 시인의 ‘생각의 사이’를 염두에 두며 타인의 학문, 주변의 것들에도 동질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편식에 가까운 지식의 저열함을 경계해야 하겠기에, 균형 잡힌 지혜와 세계관을 세워야 하겠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담아야 하겠기에 우리의 기형적인 서양문헌 추종 경향을 경계하자. 혼자서 하는 academic masturbation을 철저하게 금해야겠다.
colonialism이라고 하는, 일명 ‘식민주의’는 ‘해외의 영토에 대한 통제를 기초로 하여 이를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는 행위에 대한 이론과 실태’(Andrew Heywood, Politics, p. 122)로 정의한다. 하지만 '지식식민주의‘란 말은 내가 만들어낸 용어다. 본인이 특강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어휘다. 나는 이 개념을 이렇게 풀이한다. 지식식민주의란, ’우리의 사고를 서양인의 학적 체계와 프리즘으로 굴곡시켜 보는, 그리고 이런 자존심도 없는 학적 무뇌 행위를 부끄럽게 생각하기보다는 외국대학 학위의 허영을 만방에 드러내며 타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지적 종속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같이 수치스럽고 집단적인 표절의 지적 공백은 특히 학문의 공간, 지식 논쟁의 격전지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지금, 여기의 인문학’의 저자 신승훈의 말은 필자의 견해와 매우 흡사할 뿐만 아니라, 비교의 관점에서 유용하리라. ‘학문제국주의란 해석해야 할 자신의 자리에 우리가 아닌 그들의 문제와 존재를 전치시키는 행위다. 그들의 문제와 그들의 해답이 우리 존재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104쪽).
나의 특강 ‘학문하는 자세와 영어로 논문쓰기 전략 특강’은 학생들의 동참과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의 담론과 경쟁하며 우리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줄 수 있을 때가 오기를 소망한다. 지식식민주의에서 벗어날 세대, 바로 지금 당신들이다. 뒤로 미루지 마라! 바로 당신들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함께 하고자 한다. 소망이라면 ‘영어로 논문쓰기 전략 특강’이 학생과 함께 지속되는 것이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제시가 중요하리라. 공생과 소통이 우리 모두를 살리기 때문이다. 자주적 목소리가 힘없는 무리의 웅얼댐보다 낫지 않는가!

▲ 김상현 러시아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