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탄소광 시대' 리뷰

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the scientist

ⓒrabble.ca
영화의 제목인 ‘탄소광 시대(The Carbon Rush)’는 금광 시대(The Golden Rush)를 떠올리게 한다. 금광 시대는 19세기 캘리포니아주에서 다량으로 발견된 금을 채취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시기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이동해왔지만 도중에 죽거나 병든 자들이 많았다. 전 세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탄소 사업에 달려드는 현재의 국제정세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탄소광 시대에도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본 영화는 환경 다큐멘터리로 지역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탄소 사업의 부작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체결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됐다. 특히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의 배출량을 감소하는 사업에 주목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청정개발체제(CDM)다. 청정개발체제에서 시행하는 사업은 주체가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선진국이 주체일 때는 자국의 자본과 기술로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개발에 투자한다. 그 결과 개도국의 탄소 발생량이 감소하면 그 감축량만큼 선진국의 초과 발생량을 상쇄하거나 탄소배출권 형태로 팔아 이익을 얻는다. 반면에 개도국이 주체가 될 경우 개도국 스스로 청정 사업을 실시해 탄소량을 줄인다. 이 경우 역시 감축량을 탄소배출권 형태로 팔 수 있다. 실제로 △인도 △중국 △한국은 자국의 청정개발체제사업을 통해 수입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영화 '탄소광 시대'는 전자의 형태를 브라질의 '유칼립투스 대농원'으로, 후자는 인도 '소각로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국은 청정개발체제의 일환으로 브라질에 유칼립투스 대농원을 조성했다. 유칼립투스는 성장이 빠른 열대식물로 해마다 일정량의 바이오에너지를 얻는 원료로 활용 가능하다. 그런데 유칼립투스가 다른 수종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물과 양분을 소비하기 때문에 농원 조림 이후 주민들은 모두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탄소광 시대'의 브라질 지역주민들은 바싹 말라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나무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공석기 교수는 “표면적으론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이익으로 보이지만 사업이 궁극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었다”며 “영화를 통해 사업 이면의 모습이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인도는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로 에너지를 얻는 소각로 사업을 진행했다. 방치된 쓰레기는 자연 상태에서 썩으면 온실가스인 메탄을 발생시킨다. 한편 인도의 소각기술은 오염 물질을 정화하면서 쓰레기를 태운다. 이것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열에너지로도 활용 가능해 UN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인도에는 쓰레기 수집, 분류, 재활용하는 일을 통해 돈을 버는 30만 인구가 존재한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정부의 쓰레기 소각 사업이 시작된 이후 생업을 빼앗겼다”며 “경제적 타격으로 가족들의 삶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영화 '탄소광 시대'는 쉴 새 없이 가동되는 청정 에너지 공장과 지역 주민의 삶을 대비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청정개발 사업은 강자의 주도로 시행된다. 브라질에는 영국이라는 선진국 강자가, 인도 국민들에게는 인도정부라는 강자가 사업의 주체다. 그런데 그 이면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영국의 사업 책임자가 유칼립투스의 생물학적 특징을 알았더라면 주민들은 가뭄으로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인도정부가 쓰레기 수집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비책을 강구했더라면 그들의 상황은 더 나아졌을 것이다. 사회가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우리가 보는 사회의 단면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게 됐다. 영화 '탄소광 시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목소리를 놓치지 말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청정개발체제=온실가스 감축 대상인 선진국이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협력하면 그 감축분을 선진국의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 예외적으로 개도국 스스로 사업을 실시해 배출량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탄소배출권=온실가스 중 하나인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