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 정치에 가치를 불어넣다
행정학, 정치에 가치를 불어넣다
  • 나다영 기자
  • 승인 2013.09.17 12:25
  • 호수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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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행정학 콘서트' 리뷰

▲ 권기헌 행정학 교수가 '행정학 콘서트'의 출간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김은솔 기자 ensol_kimj@
제주도 서귀포시 남쪽 해안에 위치한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6년째 투쟁 중이다. 국방부는 2007년 지리학적이고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 지역으로 선정했지만, 생태계 보호와 개발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 및 정부와의 갈등은 심화됐다. 생태계의 문제와 국방의 문제 중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이 가치의 결정 과정이 바로 ‘행정’이다.

     
 
‘행정학’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왠지 딱딱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행정고시를 시작으로 각종 관공서와 행정이원론과 같은 정치이론들 때문일 것이다. 범위를 확장해 UN과 같은 국제기구와 국제정치로 나가면 머리가 더 아프다. 하지만 그것은 편견이다. 우리 학교 국정관리대학원 교수이자, 지난 6년 동안 양현관을 담당한 권기헌 교수가 출간한 '행정학 콘서트'는 행정학이 전문성과 소양을 바탕으로 우리 삶에 균형 있는 가치판단을 주는 학문임을 쉽게 설명해준다.
앞서 언급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의 저변에는 정책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라스웰과 신행정학을 주창한 왈도가 있다. 이들은 정책에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도입했다. 당시 미국의 정책은 기술과 방법에 치중한 행태주의의 추구로 행정의 본질은 무시된채 형식논리의 오류에 빠졌다. 게다가 1945년 8월에 트루먼 대통령이 실행한 일본 원폭투하 사건은 행태주의에 관한 비판담론을 형성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라스웰은 학문에서 목적 지향적 가치가 배제된 채 실증주의가 만연한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1951년 행정학에서 인간의 보편적 존엄을 추구하는 ‘정책학’을 발표하게 됐다. 이후의 정책결정은 인간의 존엄성 향상을 추구하는 방향이 고려됐다. 오늘날 반값 등록금 문제와 청년 실업문제 등 우리가 고민하는 사안들도 모두 라스웰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행정시스템이 지향하는 ‘뉴거버넌스’의 뿌리도 알 수 있다. 뉴거버넌스란 정부가 독점적인 운영형태를 가지기보다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서로 협력해 공공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국정운영방식이다. 이 개념을 구축한 피터스는 조직이 홀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 구성원 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현 정부의 모형인 ‘정부 3.0’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이 모형은 소통이 어려웠던 과거의 관료제 모형과 시장화된 정부를 의미했던 ‘정부 2.0’의 한계를 보완하는 시스템이다. 정치과정에 ‘소통’이라는 가치가 중요시된 것이다. 소통이 용이한 전자정부 시스템에서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동문제를 찾아나가는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책 속의 16명의 행정학 대가들은 대부분 정치인이다. 이는 행정학이 곧 정치와 함께 발전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의 저자인 권기헌 교수는 “정부는 노를 젓기보다는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며,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뉴거버넌스가 시대적 요구다”고 말했다. 또한 권 교수는 “행정고시를 비롯해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행정 분야의 저변을 넓히길 바라며 쓴 책”이라며 출간 의도를 밝혔다. 물론 행정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유용하다. 행정학 대가들의 고민 속에서 우리는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학과 더불어 경제, 정치적 이론을 그저 딱딱한 고체처럼 느끼던 기자에게 행정학은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 여겨졌다. 행정학을 쉽게 접하고 싶거나, 자신의 풀리지 않는 고민을 행정학 대가들에게 상담하고 싶은 자들은 추석 연휴를 기회로 이 책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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