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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들 학생들이 미술 수업 중 그린 그림에 대해 교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김은솔 기자 eunsol_kim@
우리 학교 인사캠 학우에게 그렇듯이 대학로는 ‘노들’ 학생들에게도 배움의 공간이다.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예술가의 집’ 옆 건물 2층이 노들의 위치다.
노들은 1993년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 설립됐다. 20년의 역사를 지닌 노들이 대학로에 번듯한 학교를 세우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최초의 교실은 빌린 탁구장이었다. 이후 정립회관 장애인 복지관 교실 두 칸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얼마 뒤 자금난을 겪던 정립회관 측의 퇴거 요청을 받게 됐다. 할 수 없이 2008년 마로니에 공원 공터에서 천막수업을 해야 했다. 각계의 후원을 통해 자금을 모은 뒤에야 3개월간의 천막 수업을 끝내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학교가 대학로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보통 장애인 복지시설은 중심지와는 떨어진 구석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들은 교통이 편리하고 대중적인 대학로에서 당당하게 그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장애인 학생들에게 대학로의 첫인상은 차가웠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문전박대 당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 학생들을 바라보는 대학로의 시선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노들은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5월 2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금전적인 문제와 마로니에공원 보수 공사의 지연으로 다음 달 21일로 미룬 상태다. 그들이 행사를 미루면서까지 행사 장소로 마로니에 공원을 고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마로니에 공원은 천막에서 수업했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두가 단결했던 추억이 서린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오후 6시 반 수업 시작 시각에 맞춰 20주년 행사를 앞둔 노들을 찾았다. 턱없는 자동문을 통해 학교에 들어서니 교실에서 각자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여덞 명의 학생들이 보였다. 수업은 20주년 행사 공연을 위한 곡 연습으로 마무리됐다. 여러 악기 소리가 하나의 웅장한 음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에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 묻어나왔다.
옆 교실에서는 미술 수업이 진행됐다. 그날 주제인 ‘노들에 필요한 물건 디자인하기’에 맞춰 학생들은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각자 필요한 물건을 그렸다. △10~12km/h의 속도인 일반적인 휠체어보다 조금 빠른 13km/h의 호피무늬 휠체어 △비닐 덮개와 책상이 있는 휠체어 △체온을 인식해서 저절로 신겨지는 신발 등 다양한 그림이 나왔다. 학생들은 이렇게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통해 10월에 있을 20주년 기념행사에 미술 작품 전시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2005년부터 노들과 함께한 심정구 교사는 “노들은 이때까지 장애인 교육권을 포함한 다양한 장애인 권리 투쟁에서 중심이 돼 왔다”며 “앞으로도 장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한 학교로서 30주년, 40주년을 이어나가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