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나무를 베는 데 딱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난 도끼를 가는 데 45분을 쓰겠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했던 말이다. 그가 해당 문장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충분한 준비기간의 중요성’. 사실 해당 의견은 그만의 사견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 창에 '준비 명언'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비슷한 주제 의식을 나타내는 문장이 쏟아진다. 이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통설'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널리 공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해당 의식은 학내에선 '통설'로 자리 잡지 못한 듯하다. 근래 진행된 △인사캠 전학대회 △자과캠 전학대회 △인사캠 전동대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든 생각이다. 안건 상정 및 의결 과정에서, 학생 대표자들이 미흡하게 대처하는 양상이 목격됐다.
 
무엇보다도 사전준비의 미비함은 양 캠 전학대회에서 상정된 안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총학생회칙 개정 안건이다. 양 캠 모두 명확한 추진 계획이 부재한 채로 안건부터 통과시켰다. 당장 총학생회칙을 개정하는 것부터 문제다. 개정을 진행할 현직 학생 대표자들의 임기는 두 달 남짓. 회칙 개정 전문가도 아닌 이들이 기존 업무까지 병행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엔 정말 빠듯한 시간이다. 개정을 넘어선 지속적 관리 체계 역시 부족하다. 지속성을 가지는 회칙 관련 자문 기구를 마련하지 않아서다. 이 밖에도 자과캠 전학대회에서 통과된 '학생회 공동선거' 및 '등록금 책정 기준 학생 공개' 안을 두고도 실행 방안을 명확하게 마련하지 않은 채 통과됐단 지적이 있다.
 
현 준비 부족 현상의 기원을 따지자면 기존 학생 대표자들의 인수인계 미비를 꼽을 수 있다. 학생 사회 내 인수인계 미비 현상은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실 우리 학교 총학생회칙의 부실함은 예전부터 인지되던 문제다. 이에 과거 몇 차례 총학생회칙 개정이 시도된 바 있고,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뒤늦게 시도된 개정 사업은 결국 결실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 그리고 당시의 고민과 결정은 올해 학생 대표자들에게 제대로 인수인계 되지 못했다. 임기 말에야 시작된 올해의 총학생회칙 개정 사업 역시 같은 노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 지난 인사캠 전동대회에서 논란이 됐던 동아리연합회칙 또한 인수인계의 미비가 문제를 키운 격이었다. 지난해 추진된 동아리연합회칙 신설 과정의 맥락과 방식을 지금의 구성원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에 도입이 망설여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무를 베기 위한 한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기간 논란이 됐던 안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부족했던 ‘도끼를 가는 시간’을 남은 ‘나무베기’로 채울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