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일의 농성, 조금은 특별한 그들의 권리찾기
400일의 농성, 조금은 특별한 그들의 권리찾기
  • 신혜연 기자
  • 승인 2013.10.01 12:21
  • 호수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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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중 5명. 우리나라 장애인구 비중이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하루에도 십 수 명의 장애인과 마주쳐야 하지만 실제로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어째서 한국에서는 장애인을 만나는 일이 ‘특별한 경험’이 된 걸까. 혹시 우리 사회가 이들의 사회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사회 기획에서는 광화문 지하도 천막 농성 1년 차를 맞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은 ‘노들장애인야학(이하 노들)’의 얘기를 담았다. 한국 사회가 장애인이라는 소수자와 더불어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에서 마련한 광화문 지하도 천막 농성이 400일을 맞았다.

광화문역 지하도에는 1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천막이 있다. 대형 서점과 화장품 상점들이 즐비한 길목에 있는 이 천막은 비장애인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담긴 장소다.
전장연은 지난해 8월 20일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을 꾸리고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장애인용 화장실과 경사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광화문역 지하도를 택했다. 그러나 천막 설치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12시간 동안 대치하는 소동은 피할 수 없었다. 말복 더위에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반나절을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세운 천막을 지키기 위해 전국 각지의 장애 단체들은 번갈아가며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일 년 넘게 천막 농성을 하며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을 등급에 따라 나눈 뒤 차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문제는 이러한 장애등급제가 △권리로서의 복지 박탈 △장애인들의 실질적 필요 충족 불가 △장애인의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 재생산 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장애인계는 장애인을 신체 손상 정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 이미 ‘장애인의 몸’을 등급화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도록 만든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러한 등급제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등급제가 유지되는 한,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권리로서 보장되기보다는 획일적인 서비스에 장애인이 맞춰가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1촌 직계 가족의 재산이 일정 정도 이상이면 그 직계가족에게 부양의무를 지우는 제도인 부양의무제 역시 많은 장애인들을 복지의 사각지대로 몰고 있다. 장애인계는 “사회가 책임져야 할 복지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꼴”이라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윤경 전장연 조직실장 역시 “모든 가족이 절대빈곤에 처한 뒤에야 주어지는 한 달에 사십 여만 원의 돈이 어떻게 한 사람으로 하여금 새 삶을 꿈꾸게 하겠냐”고 현 정책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100만인

서명운동'에 지나가던시민이 동참하고 있다.

장애인계에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내놓는 것이 장애인권리보장법이다. 기존 장애 관련 기본법인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법안의 서술도 “~할 수 있다” “~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으로 모호하다. 반면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다. 남병준 전장연 정책실장은 “행정 편의적인 현재의 장애인 복지 체계를 없애고 장애인 개인에게 맞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안건”이라며 “장애인의 권리를 명확히 해 장애인 복지에 대한 새 철학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추구하는 등 공동체 내 자립생활을 표방하는 것이 목표다. 전장연은 지난달 23일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를 출범한 것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법 초안을 완성하는 등 장애인계의 적극적 동의 지반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지난 25일 천막 농성장에서 만난 김호열 뇌병변인권협회 장애인 활동가는 “내 권리를 찾기 위해서 나왔다”며 “춥거나 덥거나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올 생각”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장애인들의 투쟁은 이제 400일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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