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선신정 기자 (sunsj93@skkuw.com)

지난 26일 점심시간이 갓 지났을 때쯤 '책 읽는 라디오'의 한지훈 DJ가 운영하는 카페 '미루'에 찾아갔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곳에서 그러부터 '책 읽는 라디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책 읽는 라디오' 2013년 개학식 현장에서 한지훈 DJ가 얘기를 하고 있다. ⓒ책 읽는 라디오 페이스북 홈페이지

학술정보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체 재학생 중 대출 이력이 없는 학우의 비중은19.3%다. 졸업할 때까지 책 한 권 빌리지 않는 학우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학우들과 책 사이에 다리가 돼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책 읽는 라디오(이하 책라)’의 한지훈 DJ(이하 한 DJ)다.
우리 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출신인 한 DJ는 4학년 때 국어국문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한 작품에 대해서 깊이 애기해보고 교수님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시간은 현재 그가 책라를 진행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은 방송에서 패널이 되어 함께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동반자가 돼주기도 했다.
책라는 2010년부터 3년이 넘도록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일주일에 다섯 번 팟캐스트에 방송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 없이 한 DJ의 낮고 편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이 책은 이 영화랑 보면 좋고 이 책은 이 커피와 잘 어울려”라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이 책이 왜 훌륭한지 설명하는 건 중요치 않다. 마치 친구가 자신이 감명 깊게 본 책을 추천해주는 것처럼 부담감이나 격식 없이 청취자들에게 다가선다.
책라에서는 요일 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코너를 구성했다. 지금은 개편되면서 사라졌지만 ‘책 권하는 포장마차’는 이 방송만의 매력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코너다. 이 코너에서 책을 소개하는 패널은 가상의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주인으로, 책 속의 주인공은 찾아오는 손님으로 가정된다. 주인은 손님의 사연을 듣고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한다. 극적인 형식을 통해 책 속의 주인공과 같은 입장에 처한 청취자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책을 권하는 코너다.
한 DJ가 책라를 시작할 때만 해도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라디오’와 ‘책’, 소위 말해 한물갔다는 평을 듣는 매체 간의 만남. 한 DJ가 하필 이 둘을 결합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은 사람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하고 싶어서다. 책하면 사람들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는 뻔하다. 따분하다, 똑똑한 사람들이 읽는다, 졸리다, 있어 보인다 등등... 한 DJ는 그들에게 커피 한 잔을 놓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작가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리고 싶었다. 뭔가를 배우고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즐거워서, 좋아서 책을 읽도록. 이를 위한 통로로 라디오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지하철을 타도, 길을 걸을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귀에는 이어폰이 꼽혀있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지만 여전히 뭔가 배우고 얻기를 갈망한다. 그들이 뭔가를 끊임없이 하면서도 라디오는 동시에 들을 수 있다.
지금은 2000명이 넘는 고정청취자를 확보한 책라지만 시작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아닌 이들이 모여 방송을 만들다 보니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책라를 통해 청취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힘든 여정을 걸어오면서도 그가 오랜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많이 힘들었는데 방송을 듣고 인생이 달라졌다”라는 청취자의 말 한마디가 그에게는 기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기쁨이 있기에 한 DJ는 앞으로도 어김없이 매주 청취자들의 손에 책을 얹기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