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진행자와 패널들의 외모지상주의적 선민의식, 첫 번째 문제점은 여기에 있다. ‘렛美人’은 사연을 품은 지원자가 의료진과 MC들 앞으로 걸어 나오며 시작된다. 문제는 그들의 반응이다.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입을 가리며 놀라는 모습들. 지원자들의 외모를 두고 놀라워하고 연민한다는 발상 자체가 엄연한 선민의식의 발로 아닌가. 이는 유명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적나라하게 풍자한 바 있는 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 거듭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지원자들의 모습을 강조하여 보여주는 제작진의 시혜적 태도 역시 선민의식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의료사고로 인해 유방에 상처를 입은 지원자에게 이마 축소, 이마 보형물 삽입, 눈 앞트임, 코 성형, 안면윤곽수술 등 상처와 전혀 무관한 부위까지 수술을 시행한 점, 수술 이후의 모습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수술 비용까지 노골적으로 공개하는 점 등은 문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부분이다. 전자의 경우는 미용이 아닌 재건으로 삶을 변화시킨다던 제작의도를 정확히 거꾸로 뒤집어 재건이 아닌 미용으로 수술을 지원한 경우로, 성형조장 방송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또, 후자의 경우 신체의 가치를 금액으로 매긴 것이 본질을 흐리는 데 큰 몫을 한 부분이다.

다음은 가장 크게 논란이 된 ‘탈락’제도다. ‘렛美人’은 회차마다 지원자 두 명을 선정해 출연시킨다. 문제는, 두 명의 지원자 중 실제로 수술을 지원받을 수 있는 지원자는 한 명뿐이라는 점이다. 의료진의 상의 끝에 한 명만이 ‘선택’받고 남은 한 명은 ‘탈락’되는데, 그 기준 또한 가관이다. 정확한 기준도 없을뿐더러, 심지어는 의료진의 편의를 위해 ‘수술 효과가 더 극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지원자’를 선택한 경우까지 있었다. (‘렛美人3’ 10회차 방송 참고.) 이 때문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탈락자에 대한 지원 요청이 쇄도했고, ‘렛美人’측에서는 결국 ‘패자부활전’편을 따로 마련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마저도 극소수의 탈락자만을 다시 선별한 것에 불과했다. 탈락한 지원자들은 본인의 사적인 고민을 전 국민에게 공개하고도 정작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재미요소를 위한 불필요한 경쟁구도에 이용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모에 대한 제작진의 성 편향적 태도를 문제 삼고자 한다. 외모의 굴레에 갇힌 ‘여성’을 해방하겠다는 ‘렛美人’ 제작의도에 맞게 총 30명의 지원자 중 29명이 여성이었다. 이는 외모지상주의가 여성 만의 문제라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며, 외모지상주의를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아닌 여성의 성형수술로 해결하려 했다는 크게 잘못된 방향성을 보인다. 이로써 외모로 고통받는 남성들의 경우를 간과한 동시에 여성만을 미적 대상물로 단정 지은 것이다.

미인(美人)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뜻인 동시에, ‘Let me in’이라는 영어 문장으로 보고 해석하면 ‘나를 들여보내 달라’는 의미로도 읽히는 ‘렛美人.’ 여성을 외모의 굴레에서 해방하기는커녕, 오히려 여성을 외모의 굴레 안으로 다시 초대해 들인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 정민주(영문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