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필자는 독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펼치면 졸리기 때문이다. 한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기욤 뮈소의 소설에 빠졌을 때가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필자의 평균 독서량은 1년에 한 권도 되지 않는다. 혹자는 이런 필자를 보고 한심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필자가 지난 2주간 책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마지막 전기수로 평생 남에게 책을 읽어주며 살아온 정규헌 선생과 ‘책 읽는 지하철’ 송화준 대표가 그 주인공들이다. 송 대표는 책 읽는 지하철 행사가 없는 날에도 활발히 책모임을 열고 있다. 그들이 지난 세월 읽어 내려간 책의 숫자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평생 책을 가까이하며 살아온 만큼,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책에 대한 그들의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정규헌 선생에게 책의 존재는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였다. 남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평생의 사명감으로 삼고 살아가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책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송화준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에게는 읽어야만 하는 번거로운 것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해 주는 의미 있는 것일 줄이야.
필자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책’이 필자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종이뭉치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고 해서, 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해서, 필자가 당장 내일부터 열심히 책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필자에게도 책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은 느껴보지 못한 중요한 무언가로 다가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