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난 ‘그러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것은 앞의 좋은 말을 깎아내리는 말이에요.”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등장하는 클레오파트라의 대사다. 고대 로마 집정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해당 작품 속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등장한다. 사자를 통해 떨어져 있던 안토니우스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클레오파트라는 사자가 ‘그러나’라는 단어를 꺼내자 그의 말을 끊는다. 그리고 앞서 보여준 문구를 말한다. 예상대로 ‘그러나’ 이후에 나올 얘기는 그녀의 가슴을 아리게 할 만한 얘기였다. 옥타비아누스의 누이 옥타비아와 안토니우스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으니 말이다.
 
최근 몇 가지 학내 사안의 진행 추이를 보면서, 필자도 클레오파트라의 대사를 읊조리고 싶어진다. 얼핏 보면 긍정적으로 비치는 사안들을 들춰보면 ‘그러나’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성균체크카드가 지난주 출시됐다, ‘그러나’ 발급 시기 및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 4월 출시 예정이었던 성균체크카드는 충분한 공지 없이 6개월이나 발급이 지연됐다. 사실 실질적인 카드 출시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카드 발급 신청만 먼저 받고 실제 카드 지급은 연기했으니 말이다. 카드의 성격도 문제다. 인사캠 총학생회가 선본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동아리 스폰비 적립 △성균인 포인트 적립 △추가적인 학교 주변 상점 혜택이 부재해서다. 현 상태로선 ‘성균인 위한 특성화 카드’라기 보단 ‘KB노리체크카드 성균관대 버전’에 더 가까운 듯하다.
 
인사캠 셔틀버스 단말기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셔틀버스 무료화는 요원해졌다. ‘셔틀버스 무료화’는 총학생회 선거 출마 선본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이는 그만큼 해당 사안에 대한 학우들의 바람이 강했음을 시사한다. 현 총학이 동전 반환기 및 셔틀버스 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것은 분명 긍정적 변화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도외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학생 복지가 증진됐다, ‘그러나’ 또다시 특정 캠퍼스에만 혜택이 집중됐다. 성균체크카드와 셔틀버스 단말기 모두 인사캠에만 도입됐다. 특히 성균체크카드의 경우 양 캠의 공통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과캠은 출시조차 묘연한 상황이다. ‘캠퍼스 간 불균형’ 논란을 다시금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난 ‘그러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것은 앞의 좋은 사업을 깎아내리는 말이에요.” ‘그러나’ 함정이 사라지기 전까진 각종 사업의 추진 소식에도 제대로 기뻐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