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내년이면 모교라 불리 울 우리 학교, 성균관.
너와 부대낀 지도 햇수로 벌써 5년이 됐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신입생이던 나도 어느덧 마지막 학기를 맞이했단다. 내 인생이 몇 챕터로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한 챕터가 끝나는 중이라는 건 어렴풋이 느껴져.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직전 털어놓고 싶은 얘기가 있어 이렇게 펜을 들었어. 고백건대, 너를 언제나 아꼈던 것은 아니었거든.
자랑스러운 적도 있었다.
내 이름 앞의 너는 마치 호위무사 같았어. 대학의 모든 것을 동경했던 재수 시절, 처음으로 ‘성균관’이 내 앞에 등장하던 날이 생생해. 얼떨떨하고 두근댔지. 무엇보다 감사했어. 네 이름 하나로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을 거라 여겼기에 말이야. 지금 돌아보면 내가 만든 빛깔보다 너의 빛깔에 기대어 가길 바랐던 것 같아.
미워한 적도 있었다.
환상 속의 대학과 현실은 꽤 달랐거든. 주입된 목표에 길든 내게, 너는 혼돈의 다른 이름이었어. 메뉴판은 다양한데 막상 손가락이 움직이진 않았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인생이 낯설게만 느껴지더라. 불만도 생겼어. 스스로를 깎아내리곤 했지. ‘다들 잘 나가는데 난 왜 못났지?’라는 소모적인 질문을 반복했어. 끝도 없는 심연을 만들고 허물기를 다반사. 너절해진 내 몰골이 네 탓인 것 같았어. 아니, 아마 구원이라고 여겼던 네게 느낀 배신감이 가장 컸던 것 같아.
잊었던 적도 있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어. 학교든 뭐든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떠났어. 아르바이트, 여행, 교외동아리 등 학교와 관련 없는 일을 정신없이 했지. 이걸로는 부족해 한국을 1년 떠나있기도 했어. 하지만 숲을 지나야 숲이 보인다고 했던가. 환경이 바뀌니 생각의 악순환은 끊어지고, 객관적인 모습을 바라보게 되더라고. 그리곤 한없이 부끄러웠어. 결국 문제는 내 안에 있더라고. 주위 환경이 모두 내게 맞춰지기만 바라던 나,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나의 모순적 태도 말이야.
결국 감사하다.
꽤 먼 길을 돌아왔어. 넌 그럼에도 묵묵히 날 기다려줬지. 억지 멘토링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깨닫게끔 시간을 줘 진심으로 고마워. 네 이름으로 묶일 멋진 친구들을 소개해준 점도 감사히 생각해. 메마른 여정을 지탱해준 것은 결국 친구뿐이었어.
인간이라는 존재는 얄궂게도 떠날 때가 돼서야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아. 나 역시 마찬가지구나. 그래도 분명한 건 너와 함께한 챕터가 내 인생에 가장 반짝일 거라는 점이야. 그 중심에 네가 있었다. 고마웠다, 성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