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김경훤 학부대학 교수
작년 여름 폴란드 크라쿠프에 갈 기회가 생겨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야기엘론스키 대학을 방문했다. 1364년 세워진 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대학에서 수학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건물 가운데 하나인 크라쿠프 아카데미는 유럽에서 유명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교정에서는 묵직한 시간의 깊이가 느껴졌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여기로 나를 이끈 한 사람의 시인을 떠올렸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ława Szymborska).
그녀는 1945~48년까지 이 대학에서 폴란드 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역사와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인간의 본질과 숙명에 대한 집요한 탐구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고도의 실존 철학을 시와 접목했다.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 정곡을 찌르는 명쾌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적절한 우화와 패러독스를 활용한 완성도 높은 시는 그녀에게 ‘시단(詩壇)의 모차르트’라는 애칭과 1996년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기도 했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그녀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서점에서 여러 책을 뒤적거리다 보게 된 시선집 ‘끝과 시작’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들추어 본 페이지에서 나는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충격을 느꼈다. 지금까지 반복되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활력을 잃고 너무도 무기력하고 안이하게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알 듯 모를 듯한 회한이 물밀 듯이 엄습해 왔다. 그것은 당시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속의 외침이었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세상 속에서 인간은 미약하고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나와 똑같은 존재는 없다는 사실이다. 나의 존귀함은 곧 인간의 존귀함으로 귀결된다.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오직 유일한 존재인 나 자신이 살아간다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을 이름답게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 시는 우리에게 인간의 삶에 대한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시간의 흐름이란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티끌과 같은 인생을 살다 간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고 불만과 불평 속에서 아집과 욕심으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그렇게만 살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나 짧다. 더구나 여러분들이 누리고 있는 젊음은 우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그 최고의 순간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민태원 선생의 말처럼 청춘은 끓는 피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이 있으며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면 인간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여러분들이여.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그 풋풋하고 싱싱한 젊음을 만끽하시라. 결코 두 번은 오지 않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