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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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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1호] 승인 2013.10.07  17: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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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우(글리12)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학술면에 실린 슬라보예 지젝을 접하며, 이제는 꽤나 유명해져버린 자크 라캉의 메시지를 떠올려본다. 나와 타인을 존재하게 하고 구분지음으로부터 시작해, 우리는 남이 내 자신에게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스스로 그에 자신을 비춰보며 그 존재의 발원을 지속한다. 가깝게는 SNS 대화명과 글 한줄부터 심지어 본인의 일기장까지 족적 하나하나마저 무의식중에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게 되고, 흔히 예를 드는 취업 시장에서도, 그리고 연애의 면면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와 세계의 시선,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비슷한 개념으로 사회학자 쿨리는 ‘면경자아’라는 개념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고답적이고 사변적인 담론에서부터 일상 속 아주 시시껄렁한 일들마저도 타인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발하는 이 역설적인 상황이, 그리고 각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각자의 사색이 지닌 무게와 지새버린 밤의 길이를 결코 가벼이 평가하고 정의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결코 우리가 지닌 의식적, 무의식적 고민이 우리를 완전한 답에 쉽사리 도달하게 해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결국 사람이 모여 서로 속에서 존재를 찾는 이 사회에 태어난 천형인 것이다.
세상 대개의 일이 최초 대전제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듯이, 특히 성대신문이 최근 선정하고 조명한 소재들은 충분히 스스로의 현주소를, 조금 거창하게는 ‘나’, ‘타자’, 더 나아가 그 둘을 구분 짓는 간극을 반추하게 한다. 1550호에서 다루고 있는 학내 장애인 학우 관련 기사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방향과 범주가 때론 스스로 놀랄 정도로 편협하고 이기적일 수 있음을 역설하며, 이는 비단 장애인 문제를 넘어 종종 논란이 되는 사회의 많은 소수자들에 대한 논의까지 외연이 맞닿아있다.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1549호에서 다뤄진 관상에 얽힌 특집기사는 단순 재미의 관상학에 대한 소개 속에 우리가 타인을 평가하고 정의내리는 일종의 방식을 함의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가장 먼저 대하는 문이자 받아들이는 창구라는 점에서 얼굴, 그리고 인상이라는 광의의 페르소나가 가진 철학적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별난 행동을 하거나 일반적인 편차를 벗어난 행태를 보이는(대개는 나쁜 쪽으로) 사람에게 “꼴값하고 있네”라는 표현을 쓴다. 사전적 정의에서도 꼴값이란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 혹은 격에 맞지 아니하는 아니꼬운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꼴값이라는 용어를 조금 관대하게 사용하여 각자의 분수와 능력 혹은 개성에 맞는 몸짓이자 발신이라고 규정해 볼 때, 그러나 우리는 지금 꼴값을 해서가 아니라, 제 꼴값을 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듯 하다. 레토릭처럼 비판의 대상이 되어버린 일률적이고 몰개성적인 현대사회의 단면은 차치하더라도, 각자가 스스로에 대해 던지는 질문과 성찰은 사회를 통해 던지는 질문들의 물결 속에 함몰되어 있지는 않은가. 전술한 바와 같이 설령 그것이 쉽지 않고, 좀 더 비관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할지라도 ‘나’라는 의미에 대해 충분히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은, 그리고 상대적으로 그러기 쉬운 것은 아마 인식과 학습에 대한 마음이 열려 있는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 가요의 가사처럼 왠지 길기만 한 이 밤에 별을 바라보며, 다소 생경함이 없지 않으나 다시 한번 되묻는다. 그대,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각자의 꼴값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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